더불어민주당이 농지 매입 후 재임대 권한을 지방자치단체가 출자·출연한 비영리법인과 생활협동조합 등으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의 전수조사가 본격화하면서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받아낼 공익적 주체를 다양화하자는 취지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농지은행만으로 향후 매각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매입 주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농지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일정 요건을 갖춘 지자체 출자·출연 비영리법인과 농산물 유통을 주로 하는 생활협동조합 등을 ‘농지보유합리화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정된 기관에는 매입·보유·임대 권한이 부여된다. 구입자금을 빌릴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이차보전을 지원하는 근거도 담긴다.
이 같은 입법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진 가격 하락과 거래 부진이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전국 농지의 ㎡당 평균 실거래가는 2021년 8만1434원에서 지난해 5만3518원으로 34.3% 떨어졌다. 올해 1~7월에는 5만85원으로 더 낮아졌다. 지난해 거래량도 14만9230필지로 4년 전보다 49.6% 감소했다. 올 1~7월에는 8만9768필지가 거래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은퇴하거나 상속받은 땅을 정리하려는 소유자는 매수인을 찾기 어렵고, 청년농은 영농 수익으로 구입비와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힘들어 선뜻 구매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촌의 고령화와 영세한 경영 구조는 향후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이날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농림어가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51.0%로 5년 전보다 9.0%포인트 높아졌다. 농가당 경지면적은 0.87㏊로 1960년 이후 65년 만에 가장 작았다. 농축산물 판매액이 1000만원 미만인 곳도 전체의 73.9%에 달했다.
고령농의 은퇴와 상속으로 매도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작은 경영 규모와 낮은 수익성은 신규 수요를 제약하는 구조다.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실제로 사들일 주체가 충분하지 않으면 거래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여당 일각에서는 이처럼 막힌 시장을 정부 재정만으로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가 7월 발표한 기본조사 결과 위반 의심 농지는 284만 필지, 약 30만㏊에 달한다. 이 면적 전체에 올해 1~7월 평균 거래가격을 적용하면 단순 계산한 금액은 150조원을 넘는다. 올해 농지은행의 공공임대용 매입 예산 1조6170억원과 비교하면 약 93배다.
물론 284만 필지가 모두 실제 위반으로 확정되거나 공공 매입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부 물량만 시장에 나오더라도 상당한 재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정부도 현재 행정정보 등을 활용한 기본조사를 마치고 심층 확인을 진행하는 단계여서 실제 위반 여부와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논의의 초점은 농지은행 밖에서도 매도 물량을 받아낼 수 있도록 공익적 조직의 참여 폭을 넓히는 데 맞춰지고 있다.
송 의원이 준비 중인 개정안은 ‘농지보유합리화법인’ 지정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다. 대상은 지자체가 출자·출연한 비영리법인과 생활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등이다. 해당 기관은 매입한 땅을 관리하거나 빌려주고, 필요하면 유휴지를 활용하는 사업도 맡게 된다.
확보한 물량은 청년농·후계농·귀농인 등에게 우선 공급할 수 있다. 대신 매년 취득·임대와 청년농 지원, 재정 운용 계획 등을 승인받고 사업실적 평가도 거쳐야 한다. 보유한 땅을 목적 외로 사용하면 지정 취소 사유가 된다.
송 의원은 “부재지주와 고령농이 보유한 땅을 원활히 처분하고, 농업인은 직접 사들이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익적 소유·임대 방식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의 역할을 넓히자는 방안도 함께 거론된다. 농협중앙회 미래전략연구소가 이달 발간한 ‘농지제도 개선과 농협의 대응방안’은 국가의 매입·비축만으로 안정적인 보전과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일정한 공익적 목적에 한해 지역 조합이 직접 땅을 소유하거나 별도 법인에 출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후자의 경우 새로운 조직이 매입부터 관리·임대·집적화까지 맡는다. 현장 정보에 밝다는 강점을 활용해 고령·은퇴농이 내놓은 물량과 청년·임차농의 수요를 연결하는 역할도 가능하다고 봤다.
관련 입법도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다. 올 1월 송 의원 등 11명이 발의한 농지법 개정안은 공동영농과 친환경농업 등 일정 목적에 한해 농협의 취득·보유를 허용하도록 했다. 확보한 땅을 해당 목적사업에 이용하지 않은 상태가 3개월을 넘으면 처분하도록 하는 장치도 담겼다.
정부는 전수조사가 일률적인 강제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당정은 앞서 이달 21일 투기가 명백한 사례와 농촌의 관행적 위반을 구분해 처리하는 후속 대책을 내놨다. 휴경이나 임대차 문제가 확인되더라도 먼저 자진 정비할 시간을 주고, 스스로 바로잡기 어려우면 농지은행에 임대·관리를 맡겨 처분 부담을 늦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뒷받침할 특별조치법 제정과 관련 지원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