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싼 집행정지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법원이 집행정지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안별로 달리 판단하면서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기업이 구체적인 손해와 회복 곤란성을 얼마나 소명하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덕)는 이달 18일 포스코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재심결정 취소 소송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포스코가 하청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따로 진행해야 한다는 중노위 재심 결정 효력이 일단 정지됐다. 이는 지난 3월 10일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이 포스코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데 이어 민주노총 금속노조· 플랜트건설노조가 각각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포스코는 하청 노조들과 각각 교섭을 해야 한다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 결정에 불복해 본안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같은 날 동희오토가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재심결정 취소 소송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도 인용했다. 사건은 사내협력업체 전체 교섭단위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조를 별도 단위로 분리하라는 노동위원회 결정으로 촉발됐다. 포스코와 동희오토 사건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사용자의 교섭단위 분리 재심결정에 대한 첫 집행정지 인용 사례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는 “법원이 구체적인 판단 이유를 모두 적시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교섭단위가 분리돼 교섭이 이뤄지면 이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기업에 발생할 수 있는 점이 결정 원인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반면 법원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라는 노동위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호성호 부장판사)는 16일 극동건설이 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17일 중흥토건이 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재심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도 기각했다. 극동건설과 중흥토건 측은 공고 이후 교섭 절차가 진행되면 파업이나 공사 지연, 지체상금 등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사정만으로 즉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집행정지 여부는 노동위 결정이 기업의 노사관계나 교섭구조에 어떤 변화를 직접 발생시키는지가 주요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박은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회사 입장에서) 추상적인 불이익보다는 집행으로 인해 실제로 발생할 노사관계상의 변화와 그 회복곤란성을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청 사용자성에 대한 판단은 본안소송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