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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분쟁, 이기는 것보다 받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

28.09.2026 1분 읽기

국제분쟁에서 의뢰인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이길 수 있느냐’다. 그런데 실무에서 더 자주 막히는 것은 이긴 다음이다. 판결문이나 중재판정문은 받을 돈이 있다는 확인일 뿐이다. 상대가 돈을 갚지 않으면 상대 재산이 있는 나라의 법원에서 승인과 집행을 받아야 한다. 판결이든 중재판정이든 마찬가지지만, 어디서 막히는지는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중국과 중동, 베트남을 예로 들어보자.

먼저 중국의 경우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판결 승인에 관한 조약이 없어 한국 법원의 판결을 중국에서 집행하려면 상호주의에 기대야 한다. 우리 법원은 1999년 중국 판결을 승인했지만, 중국 법원이 한국 판결을 처음 승인한 것은 20년 뒤인 2019년이다. 중재판정은 사정이 낫다. 중국은 뉴욕협약 당사국이고, 하급 법원이 외국 중재판정의 집행을 거부하려면 최고인민법원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다만 한국 등 중국 밖에서 진행하는 중재는 판정이 나오기 전에 중국 법원에서 재산 동결 조치를 받기 어렵다. 홍콩·마카오 중재만 예외다. 판정 후 승인·집행 신청은 2년 안에 해야 한다. 승인을 받으면 채무 기업 대표의 비행기·고속철도 이용을 제한하는 등 중국 법원의 압박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중동 지역은 뉴욕협약 가입 여부부터 살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94년, 아랍에미리트(UAE)는 2006년, 이라크는 2021년에 가입했지만 리비아는 아직 당사국이 아니다. 당사국이 아니면 협약이 아닌 현지 법에 기대야 한다. 가입국이라도 공공질서라는 관문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은 대체로 판정을 존중하지만, 지연이자가 이슬람 율법에서 금지하는 이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해당 부분의 집행을 거부하기도 한다. 공사대금은 받아도 이자는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발주처가 정부 기관이라면 국가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제한도 따져봐야 한다.

베트남에서도 한국 판결의 승인·집행은 상호주의에 달려 있다. 두 나라 사이에 판결 승인에 관한 조약이 없어서다. 베트남 법원이 한국 판결을 승인할지는 미리 알기 어렵다. 중재판정은 뉴욕협약을 통해 집행할 길이 열려 있으며, 베트남 법원은 중재판정부가 이미 판단한 분쟁을 다시 심리하지 않는다. 다만 판정의 효력이 발생한 날부터 3년 안에 신청해야 하고, 판정문과 중재합의서는 공증이나 인증을 받은 베트남어 번역본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세 지역의 사정은 달라도 교훈은 같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상대 재산이 어느 나라에 있는지, 그 나라가 뉴욕협약 당사국인지, 현지 법원이 무엇을 문제 삼는지 확인하고 분쟁해결 조항을 정해야 한다. 재산이 현지에만 있는 상대라면 신용장이나 지급보증처럼 분쟁 없이 대금을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재산을 찾는 것은 이긴 쪽의 몫인 만큼 분쟁이 발생하면 판정이 나오기 전부터 상대 재산을 파악해야 한다. 결국 물어야 할 것은 하나다. 이기면 어느 나라에서, 무엇으로 받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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