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기소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올해 11월에 나온다. 김 센터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최근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4-1부(김인경 성지용 전지원 부장판사)는 김 센터장 등의 선고기일을 11월 20일 오전 10시20분으로 지정했다.
김 센터장 등은 2023년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주가를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센터장이 같은 해 2월 16∼17일, 27일 사흘간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함께 공모해 약 1100억 원의 SM엔터 주식을 고가 매수·물량 소진 등의 수법으로 300회 이상 시세조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1심은 김 센터장과 배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카카오가 한 대규모 장내매수 행위가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만으로 시세조종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또 검찰 주장과 달리 당시 카카오 측에 SM 경영권 인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카카오 투자테이블에서 은밀한 경영권 인수가 정해지거나 공개매수 저지 논의 및 시세조종 공모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23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김 센터장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과 같은 구형량이다.
검찰은 카카오의 대규모 장내매수를 시세조종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1심 판단에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공개매수 저지를 위해 대규모 장내 매수를 통한 시세조종 범행에 이르렀고 이를 뒷받침하는 다수의 객관적 증거가 존재한다”며 “원심은 범죄사실에 부합하는 여러 명백한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심 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가 있어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 판결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올해 6월 2심 첫 공판에서 김 센터장이 ‘평화적으로 가져오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가 재생되자 김 센터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검찰은 “김 창업자의 지시로 피고인들은 하이브와 겉으로 싸우지 않으면서 공개 매수를 저지하고 인수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 역시 신빙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1심에서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을 김 센터장의 입증할 핵심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1심은 이 부문장이 수 차례 구속영장 청구와 별건 수사 압박에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판단하며 “(이런 식의) 수사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 주체가 어디든 이제 지양됐으면 한다”고 검찰을 이례적으로 정면 비판한 바 있다. 2심에서 이 전 부문장은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했다. 검찰 측은 항소심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재판부가 채택하지 않았다.
반면 김 센터장 측은 1심의 무죄 판단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센터장이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나타냈고 당시 SM엔터 주식 매수가 시세조종 의도가 아닌 SM엔터 지분 확보를 위한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김 센터장은 최후진술에서 “기업의 성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신념을 지켜왔고, 이 사건과 관련해서도 불법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검찰 기소 이후에도 제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시세조종을 지시했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공모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3년 넘는 재판을 카카오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기회를 주신다면 카카오가 국민에 대한 역할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배 전 대표에게 징역 12년, 지 대표에게 징역 10년,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에 대해선 징역 9년을 각각 구형했다. 아울러 각 벌금 5억 원도 함께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강호중 전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김태영 전 원아시아파트너스 부대표에는 각 징역 7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원아시아파트너스 법인에 대해선 각 5억 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