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오사카성과 도톤보리 일대에 중국 전통 의상을 입은 인플루언서가 등장한 영상이 확산하면서 현지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서울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에서도 중국 전통 의상인 ‘한푸’를 입고 촬영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비슷한 논란이 한일 양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자신을 ‘중국 문화 전파자’라고 소개한 한 중국인 남성 인플루언서는 중국 역사극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하고 오사카성과 도톤보리 등 주요 관광지를 찾았다. 오사카성에서는 성을 배경으로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었고, 도톤보리의 글리코상 주변에서는 무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현장에서는 함께 사진을 찍자는 관광객들의 요청도 이어졌다.
해당 영상과 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이를 중국 문화를 알리는 개인적인 활동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일본을 상징하는 역사·관광 명소를 중국 문화 콘텐츠의 배경으로 활용하는 데 불편함을 나타내는 반응도 나왔다.
특히 오사카성과 도톤보리처럼 해외 관광객들이 일본을 대표하는 장소로 인식하는 곳에서 중국 전통복을 입은 촬영이 반복되면 장소가 가진 역사·문화적 맥락과 중국 복식 이미지가 함께 소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지 온라인에서도 “왜 다른 나라의 역사 유적에서 중국 의상을 입어 혼란을 주느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비슷한 장면은 최근 한국에서도 포착됐다. 서울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에서는 중국 전통 의상인 한푸를 입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조선의 궁궐을 배경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모습이 잇따라 목격됐다. 중국 황제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남성이 광화문 월대를 걷는 모습도 등장했다.
이들이 촬영한 영상은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와 샤오홍슈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경복궁서 한푸 촬영…외국인 관광객 “한복인 줄 알았다”
외국인이 해외여행지에서 자국의 전통 의상을 입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다만 경복궁이나 오사카성처럼 특정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장소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상이 SNS를 통해 대규모로 확산하면서 다른 문화권의 이용자들이 장소와 의상의 관계를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 종합편성채널 TV 뉴스팀이 경복궁에서 촬영된 한푸 착용 영상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고 어떤 옷인지 물었을 때 프랑스와 이탈리아 관광객 일부가 이를 ‘한복’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푸와 한복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한국 궁궐이라는 배경이 의상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잡지 ‘월간 도시’의 장귀용 편집장은 최근 경복궁과 오사카성 등에 등장하는 한푸 콘텐츠를 단순한 복식 유행만으로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2000년대 이후 강조돼 온 ‘중화민족’이라는 개념과 젊은 세대의 문화적 자부심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장 편집장은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중국의 전통문화와 문화유산 상당수가 훼손됐고, 이후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통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커졌다”며 “이 과정에서 한족뿐 아니라 여러 민족과 왕조의 역사를 하나의 중국사로 묶는 ‘중화민족’이라는 개념도 강하게 강조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 한 장이 수백만 명에게 노출”…SNS가 만든 새로운 문화 논란
장 편집장은 이 같은 역사관이 주변국의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SNS가 등장하면서 개인의 여행 사진과 영상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확산하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과거에는 개인이 여행지에서 사진 한 장을 찍는 것으로 끝났지만, 지금은 하나의 사진과 영상이 수십만, 수백만 명에게 노출되는 콘텐츠가 된다”며 “경복궁이나 오사카성처럼 각 나라의 역사를 상징하는 장소에서 중국 황제나 장군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는 단순한 관광 사진과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