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협정 체결’을 통한 투자·교역·산업협력의 제도화를 강조했다. 다만 무역협정 체결이 자유무역협정(FTA)협상 재개로 직결되기 위해선 현재 재협상이 진행중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양국 정상이 공감한 ‘무역협정 체결’이 FTA에 있냐는 질문에 “우리의 선호는 FTA에 있지만 지금 멕시코가 응할 준비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멕시코는 미국과 USMCA 재검토 협의를 하고 있다”며 “그 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야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 무역협정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쟁점은 원산지 규정이다. 멕시코에 진출한 상당수 한국 기업은 한국에서 자재와 부품을 들여와 현지에서 가공·조립한 뒤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USMCA 재검토 과정에서 원산지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멕시코 측에 요구하면서 한국산 부품을 활용하는 현지 생산 구조에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원산지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를 놓고 멕시코에 상당히 강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며 “USMCA에서 이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돼야 멕시코도 한국과의 무역협정 논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정상회담에서는 FTA보다 낮은 수준의 ‘무역협정 체결’이 제안된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당장 FTA 협상을 재개하기보다 단계적 접근을 선택한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FTA를 추진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며 “FTA보다 단계가 낮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나 그보다 낮은 형태의 상호보완적 무역 체계도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양국은 ‘무역·투자·산업협력 이니셔티브’를 만들고 국장급 공동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공동위원회에서 양국 간 무역협정이 가져올 이해득실을 먼저 분석한 뒤 USMCA 재검토 결과를 지켜보면서 FTA나 CEPA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가능성은 열어놓되 우선 USMCA 결과를 보고, 그 사이 공동위원회를 통해 서로 어떤 이익이 있는지 연구하기로 했다”며 “그 결과에 따라 다음 단계를 진전시켜 나가기로 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현지 한국 기업들이 겪는 관세 부담과 관세 면제·환급 절차 지연 등 구체적인 애로사항도 멕시코 측에 전달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자료로 정리해 하나하나 제기했다”며 “멕시코 측에서도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추가로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있었다”고 전했다.
기업인 간담회에서는 멕시코 정부의 산업육성 전략인 ‘플랜 멕시코’와 연계한 투자 확대 방안도 논의됐다. SK 측은 멕시코 국가 예방접종 사업 참여와 백신 품질관리 역량 이전 협력 의사를 밝혔고, LG 측은 전장과 자율주행 분야 투자 확대와 현지 생산거점 확충 계획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