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을 하루 100g 더 섭취할 때마다 심혈관질환과 암, 당뇨병 등 만성질환 위험이 함께 높아진다는 국제 공동연구 결과가 나왔다. 초가공식품 섭취와 건강 위험의 연관성을 대규모로 확인한 연구다.
싱가포르 듀크-NUS 의과대학 샤오 류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23일 국제학술지 ‘가정의학 및 지역사회 건강(Family Medicine and Community Health)’에 이 같은 내용의 메타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 4월까지 발표된 전향적 코호트 연구 51건을 취합해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미주 16건, 유럽 25건, 아시아 8건, 오세아니아 2건이었다. 대상자는 총 881만9894명으로 평균 연령은 23~77세, 추적 기간은 2~32년이었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 섭취량과 만성질환 발생 사이 용량-반응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이번 분석을 수행했다.
초가공식품은 산업적 공정을 거쳐 바로 먹거나 데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식품을 뜻한다. 여러 식품첨가물이 들어가고 열량과 당·나트륨 함량이 높은 반면 식이섬유와 단백질, 비타민·무기질은 상대적으로 적다.
분석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가장 많은 집단은 가장 적은 집단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24% 높았다. 암 위험은 12%, 과체중·비만 위험은 23%, 대사증후군·당뇨병 위험은 24% 높았다. 우울·불안 위험은 27%, 소화기질환 위험은 31%, 고혈압 위험은 11% 높았고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도 18% 높았다. 이 가운데 사망 위험 분석에는 9건의 연구, 약 40만명의 자료가 포함됐다.
섭취량과 위험도의 용량-반응 관계도 확인됐다. 하루 섭취량이 100g 늘어날 때마다 심혈관질환 위험은 14%, 암 위험은 4%, 사망 위험은 3%, 대사증후군·당뇨병 위험은 2% 증가했다. 다만 이 수치는 개인이 초가공식품 100g을 추가로 먹을 때 질환 위험이 그만큼 오른다는 뜻은 아니다. 여러 연구에서 나타난 섭취량과 발생률의 연관성을 통합해 산출한 값이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로 식품첨가물의 조합 효과와 가공 과정에서 식품의 물리적 구조가 바뀌는 점을 지목했다. 여러 첨가물을 함께 섭취하면 이른바 ‘칵테일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온에서 가열하거나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크릴아마이드와 아크롤레인 등의 물질도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계도 지닌다. 포함된 연구 다수가 음식섭취빈도조사나 24시간 식사 회상법 등 주관적 식이 평가 방법을 사용했다. 18세 미만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초가공식품 섭취는 흡연이나 신체활동, 전반적 식습관 등 다른 생활습관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초가공식품만의 영향을 분리해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연구진은 앞으로 식품 종류를 세분화하고 초가공식품 섭취량을 측정하는 방법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류 박사는 “초가공식품 섭취와 관련된 만성질환은 여러 질환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려면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최소한으로 가공된 식품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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