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한방의료기관에 입원한 A씨는 경근간섭저주파요법(ICT) 치료를 받았다. 해당 의료기관이 청구한 진료비 내역에 따르면 A씨는 입원 기간 동안 매일 하루 4회씩 물리치료를 받은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보험사가 실제 치료 여부를 확인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A씨는 입원 첫날 치료실에 한 차례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실제 치료 내역과 다른 진료비 청구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자동차보험에서 지급되는 한방물리요법 진료비가 5년 새 두 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진료 내역과 다르게 치료 횟수나 부위를 늘려 진료비를 청구한 사례도 확인되면서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누수를 막기 위한 심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 4사의 자동차보험 한방물리요법 진료비는 2020년 283억 원에서 지난해 598억 원으로 111.3% 증가했다. 불과 5년 만에 2.1배로 불어난 셈이다. 연평균 증가율은 16.1%에 달했다.
한방물리요법은 한의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열이나 전기, 기계적 자극 등 물리적 방법을 이용하는 치료를 말한다. 자동차보험에서는 초음파·초단파·극초단파요법을 비롯해 경피전기자극요법(TENS), 경근간섭저주파요법(ICT), 경추·골반견인 등이 한방물리요법 항목으로 분류된다. 한방물리요법 진료비는 2020년 283억 원에서 2021년 334억 원, 2022년 430억 원, 2023년 482억 원, 2024년 576억 원으로 매년 증가한 뒤 지난해 598억 원까지 늘었다.
문제는 실제 치료보다 횟수나 치료 부위를 늘려 진료비를 청구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상 ICT는 사고일로부터 17일까지 입원환자의 경우 하루 2회, 한 번에 2개 부위까지 진료비를 산정할 수 있다. 이를 모두 적용하면 하루에 ‘2개 부위×2회’, 즉 4건의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 보험사가 한 한방의료기관의 청구 내역을 조사한 결과 입원환자에게 ICT 진료비를 매일 최대 횟수로 반복 청구한 사례가 확인됐다. 온냉경락요법(IR)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확인됐다. 보험사 조사 결과 한 한방의료기관은 치료실에 관련 장비가 1대뿐인데도 한 차례 치료할 때 2개 부위를 치료한 것으로 반복해 진료비를 청구했다.
보험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이상 청구를 걸러내기 쉽지 않은 배경으로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청구·심사 구조를 꼽는다.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하면 심평원이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기준에 맞는지를 심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험사나 공제조합이 의료기관에 지급한다. 청구 자료만으로는 환자가 실제 해당 치료를 몇 차례 받았는지까지 확인하기 어려워 형식상 기준을 충족한 청구와 실제 진료 내역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반복·이상 청구를 선별해 들여다보는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보험 업계 관계자는 “반복적으로 최대 횟수를 청구하거나 통상적인 패턴에서 벗어나는 청구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