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술자리가 잦아지는 시기 평소 심장질환이 없던 사람도 폭음 후 급성 부정맥이 발생하는 ‘휴일심장증후군’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 부정맥팀은 추석 명절을 앞둔 21일 이 같은 위험을 알렸다. 박경민 순환기내과 교수는 “과식이나 음주 뒤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함과 어지럼증이 동반되면 단순 소화불량이 아니라 뇌졸중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급성 부정맥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휴일심장증후군은 1978년 처음 학계에 보고된 질환으로 평소 심장에 이상이 없던 사람이 주말이나 연휴에 단기간 많은 양의 술을 마시면서 부정맥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독일 뮌헨대 연구팀이 옥토버페스트 참가자 3028명의 스마트폰 심전도와 음주량을 측정한 결과 참가자의 30.5%에서 심방세동 등 부정맥이 확인돼 단기 폭음이 심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뒷받침됐다.
국내 음주 실태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성인 3명 중 1명인 33.7%가 월 1회 이상 폭음하며 주 2회 이상 폭음하는 고위험 음주율도 12%에 이른다. 한국의 월간 폭음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가입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연휴와 심정지의 상관성은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심정지 8만9164건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휴일의 심정지 발생 위험은 평일보다 최소 6% 이상 높았다. 4대 공휴일 중에서는 크리스마스가 9.6%로 가장 높았고 설날 8.2% 새해 첫날과 추석은 각 6%로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깨진 약속 이론’으로 설명했는데 연휴 다음 날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압박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심장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폭음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계적으로 나타난다. 알코올과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해 심장의 전기적 불안정성을 높이고 이뇨 작용으로 칼륨과 마그네슘이 빠져나가면서 심장 근육의 칼슘 채널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다. 이 과정에서 좌심방의 수축 기능까지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한 국제학술지 연구는 2시간 안에 5잔 이상을 마시면 급성 심방세동 위험이 29% 높아지고 하루 6잔 이상을 마시면 부정맥 위험이 최대 2배까지 뛴다고 밝혔다.
김주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손목 바깥쪽 맥박을 10초간 측정해 6을 곱하는 방식으로 누구나 부정맥 여부를 자가 점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맥박이 불규칙하거나 분당 60~100회를 벗어나면 부정맥을 의심해야 한다. 박 교수는 “폭음 후 두근거림이 10분 이상 지속되면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휴 중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보건복지부 응급의료포털 ‘E-Gen’이나 119 129로 문의해 인근 병의원과 응급실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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