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를 국빈방문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한국과 멕시코 간 경제협정 협상을 재개하고, 사회보장협정 체결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협정은 2008년 이후 중단됐다가 2022년 협상 재개에도 진전을 보지 못한 한·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 유력 매체 엘 우니베르살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양국 경제의 높은 연결성을 강조하며 “탄탄한 경제협력에 걸맞은 제도적 틀을 갖춰야 할 때”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멕시코에는 약 50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133억 달러를 투자했고 1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제도적 기반이 더욱 튼튼해진다면 양국 기업과 국민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연결성 강화와 맞물려 이 대통령은 사회보장협정 체결까지 제안했다. 양국 간 연금보험료 이중 납부를 막고 가입기간을 합산해 연금 수급권을 높이는 방식으로 현지 진출 기업과 근로자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멕시코를 북미와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평가하며 전기차 등 첨단산업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멕시코는 단순한 생산기지를 넘어 북미와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핵심적인 전략 플랫폼”이라며 멕시코 정부가 제조업과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플랜 멕시코’와 한국 기업의 투자를 연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전기차 분야를 핵심 협력 대상으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기아가 누에보레온주 전기차 생산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사례를 거론하며 “셰인바움 대통령도 기아의 투자를 ‘플랜 멕시코’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멕시코는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 산업과 탄탄한 공급망을 갖추고 있고 한국은 배터리와 전기차 부품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양국의 강점을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고 협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플랜 멕시코는 멕시코 정부가 2030년까지 세계 10대 경제진입을 목표로 내세운 프로젝트다.
인공지능(AI)과 방위산업, 항공우주, 공공안전도 협력 확대 분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AI 분야에서 양국의 우선순위와 강점을 결합하는 것부터 시작하자”며 멕시코가 추진 중인 공공서비스 혁신과 제조업의 AI 전환도 언급했다. 이어 “공동 시범사업과 기술협력을 확대한다면 AI 분야에서 함께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 분야 협력의 사례로 한국산 FA-50을 직접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향후 멕시코 공군의 전투기 현대화 사업이 추진될 경우 한국의 FA-50은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협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으로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우주 분야에 대해서도 “위성과 발사체 분야에서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기업과 연구기관 간 연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망과 에너지 분야에서는 멕시코를 한국의 핵심 파트너로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잠재력과 지경학적 이점을 갖춘 멕시코는 한국에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며 중동 지역 불안정에 따른 에너지 공급 우려가 커지자 한국이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위해 멕시코와 긴밀히 협의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중동지역 불안정성을 언급한 뒤 “멕시코의 협조로 멕시코산 원유 수입을 확대할 수 있었다”며 “‘어려울 때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어려운 시기에 서로 돕겠다는 양국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초국경 범죄 대응을 위한 공조 강화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온라인 사기와 인신매매, 마약 밀매와 같은 초국경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 공공안전 당국 간 공조를 강화하고 시민 안전을 위한 인프라와 기술 분야의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과 멕시코가 각자의 강점을 결합해 첨단기술과 산업에서 국가안보와 국민 보호에 이르기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한다면 더욱 긴밀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문화 협력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국빈 방문 기간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K-엑스포 멕시코 2026’을 소개하며 “한국의 문화 콘텐츠뿐 아니라 음식과 뷰티 관련 산업을 함께 선보여 문화와 경제를 연결하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BTS와 셰인바움 대통령이 국립궁전 발코니에서 약 5만 명의 팬들에게 인사한 사례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 콘텐츠 공동제작과 인재 양성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한국 문화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K-컬처 센터’ 설립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