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도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취임 1000일을 맞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농식품부 장관에 올랐던 이동필 전 장관(3년 6개월)에 이어 역대 2위 장수 장관이다. 내년 6월까지 자리를 지키면 이 기록도 갈아치우게된다.
관가 안팎에서는 송 장관의 장수 비결이 ‘실력’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학자 출신으로 농정 전반에 해박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농촌기본소득과 같은 각종 현안에도 순발력있게 대응해 조직 전체를 매끄럽게 이끌었다는 평가다.
취임 1000일을 맞이한 송 장관의 시선은 이제 농촌의 미래를 향하고 있다. 그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제조업 뿐만 아니라 농업에도 ‘메가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문제 등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호남팹과 같은 첨단 제조업 성공을 위해서라도 토(土)수로와 같은 인프라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현장에서 확인한 노후 수로의 실태에서 비롯됐다. 그는 “농업용 수로는 아직도 절반 정도가 흙으로 돼 있다”며 콘크리트로 정비된 구간도 노후화로 균열이 생기거나 이음부에서 물이 새고 있어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평야부 용·배수로 18만9000㎞ 가운데 흙수로는 9만2000㎞로 절반에 가깝다. 여기에 물길이 외부에 노출된 개방형 수로는 기후변화로 기온이 오를수록 증발 손실도 커진다.
송 장관은 “호남팹이 조성되는 전라남도 지역부터 수로 현대화 시범시설을 실시하면 공동영농과 무인영농에도 유리한 인프라를 조성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사회적 논의에 착수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는 송 장관에게도 딜레마다. 자칫 농축산물 분야에서 피해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그는 “농촌을 그냥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며 가입을 전제로 농민단체를 설득하거나 보완대책을 마련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자들에게 농업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설명하고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산업 전체의 손익만 따져 농업에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송 장관은 “이익이 100이고 손해는 1이니까 양보하라고 할 영역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품목에 따라 생산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농민 생존권과 식량안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취임 1000일을 맞아 남은 숙제를 묻자 ‘농어촌 기본소득의 안착’을 첫 손에 꼽는 답변이 돌아왔다. 내년도 관련 예산은 올해 추경을 포함한 3047억 원에서 1조 1658억 원으로 늘어난다. 시행 지역은 17개 군에서 35개 군으로 늘고 국비 부담률도 40%에서 50%로 오른다. 지역화폐 소비를 청년 창업과 생활서비스 확충으로 이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송 장관은 사업이 확대될수록 지방자치단체별 실력에 따라 성과도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본소득을 단순 지급하는데 그치는 지역과 주민 친화적 정책까지 적극적으로 펴는 곳의 격차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기본소득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고 끝이 아니라 주민과 지자체장 모두가 그 조건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