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에 특화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페르소나AI’가 한국에서 조선, 제철을 넘어 에너지, 건설 등으로 협업을 확대한다. 인력 감소 등을 겪는 현장이라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필요성이 커질 거라고 본 것이다. 페르소나AI는 향후 2년 내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조 현장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고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마이클 페리(사진) 페르소나AI 사업전략총괄은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국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관련해 기회가 많은 나라”라며 “현재 조선·제철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에너지, 건설 분야도 협업 분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페르소나AI는 2024년 미국 휴스턴에서 설립된 로봇 기업으로, 조선·제철 등 중공업 현장에 특화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HD현대·포스코DX와 함께 조선소에 특화된 용접하는 로봇, 철강 물류 작업에 특화된 로봇에 대한 개념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포스코DX는 페르소나AI에 2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페르소나AI가 중공업에 초점을 맞춰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한 것은 중공업일수록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3D’ 업무가 많아 인력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페리 총괄에 따르면 2028년 미국에서 용접공 직원으로만 33만 명 이상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에는 미국 제조업에서 충원되지 못한 일자리가 210만 개로 추산된다. 미국 공장의 약 20%가 인력 부족을 경험하게 된다는 전망도 있다.
제조 공장이 많지만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 중인 한국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페리 총괄은 “한국에서도 용접은 고령화로 인해 대체할 인력이 부족하지만 자동화 노하우, 데이터가 많이 쌓인 분야”라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는 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좁은 작업장, 복잡한 업무의 특성상 로봇 형태로 사람 모양이 적합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페리 총괄은 “같은 8시간을 로봇이 작업한다고 해도 자동차, 물류에서 하는 작업보다 중공업의 작업 범위가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며 “휴머노이드 로봇도 여러 작업을 이어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조선소에서 용접하는 직원들은 토치만 가지고 용접만 하지 않는다. 작업 전에 철판 위치를 맞추고 케이블을 관리하는 작업도 한다. 용접을 마치면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이 작업들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페르소나AI의 개발 방향이다.
회사가 개발하는 로봇은 조선소의 사다리와 같이 기존 로봇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에서도 사람이 이동하듯 작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페리 총괄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로봇과 달리 거친 환경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물, 먼지에 견딜 수 있어야 한다”며 “영하 20~60도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사양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현재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초기 단계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5년 산업·전문서비스용 휴머노이드 판매량은 전 세계 약 7000대로, 제조업 파일럿 등에 주로 투입되고 있다. 반면 시장 성장세는 뚜렷하다. PW컨설팅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지난해 9억 달러에서 2030년 55억 달러로 6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페르소나AI는 이 성장세에서 기회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페리 총괄은 페르소나AI의 로봇이 춤추고 덤블링하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은 소비자들이 한두 개 재미로 사는 경우가 많다”며 “실질적으로 해결해야 할 업무, 작업이 있는 상황에서 쓰려는 페르소나AI 로봇과 다르다”고 했다. 중국산 로봇에 대한 보안 우려가 큰 점도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은 내 데이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중국 로봇을 쓰는 것을 꺼린다”며 “로봇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국 로봇회사들은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보다 재구매를 강요하고 있어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해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페르소나AI가 안전 관리, 보안, 교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업 현장에 투입될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다.
현재 회사는 1세대, 2세대 로봇에 이어 올 가을 3세대 로봇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대규모 양산 및 정비를 제공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페리 총괄은 “앞으로 2년 후면 제조 현장에서 로봇이 상용화될 것으로 본다”며 “한국 기업들이 원하는 바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지속 가능하게 로봇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주력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