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통업체들이 한국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K패션 브랜드를 직접 발굴해 본국의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에서는 국내 신진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연달아 열리고 있으며, K팝 스타의 착용 사례나 한국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판매 순위까지 현지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2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쿄의 이세탄 신주쿠 백화점은 이달 초 국내 양말 브랜드 ‘아이 헤이트 먼데이’의 한정 상품과 올해 가을·겨울(FW) 컬렉션 일부를 선행 판매했다. 지난 7월에는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스트링 스트링스’의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이세탄 신주쿠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4월에는 ‘김해김’의 컬렉션과 이세탄에서만 판매하는 한정 제품을 내놨다. 이세탄 신주쿠는 일본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대표 백화점으로 발렌시아가와 보테가베네타, 로에베 등 글로벌 럭셔리·컨템퍼러리 브랜드도 입점해 있다.
해외 리테일러들이 신규 브랜드를 찾기 위해 한국을 직접 방문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달 열린 ‘2027 봄·여름(SS) 서울패션위크’에는 20개국에서 98명의 해외 바이어가 참가했다. 이 기간 이뤄진 수주 상담 규모는 757만 달러로 직전 시즌인 지난 2월 754만 달러와 지난해 9월 745만 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프랑스 백화점 쁘렝땅과 사마리탄을 비롯해 일본 패션 유통업체 유나이티드애로우즈, 싱가포르 클럽21 등도 행사를 찾았다. 이들은 국내 패션업체들과 수주 상담을 진행하는 동시에 쇼룸을 방문해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을 살펴봤다.
해외 유통업체들은 국내 브랜드를 현지에 소개하면서 K팝 아이돌의 착용 사례나 온라인 플랫폼 판매 순위 등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시아 패션 전문 플랫폼 식스티퍼센트(60%)는 지난 7월 루미네에스트 신주쿠에서 국내 브랜드 ‘쓰리타임즈(threetimes)’의 일본 첫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당시 식스티퍼센트는 쓰리타임즈를 소개하면서 ‘K팝 아이돌도 애용하는 한국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했다. JR동일본 계열 패션몰 루미네는 지난 6월 신주쿠점에서 국내 여성복 브랜드 ‘시야주’의 팝업 스토어를 열면서 한국의 패션 플랫폼 W컨셉과 29CM에서 판매 순위 상위권에 오른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K팝의 글로벌 인기가 커지면서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며 “해외 유통업체들이 국내 온라인 플랫폼의 판매 순위나 K팝 아이돌의 착용 사례 등을 한국 브랜드를 소개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의류·가방류 수출액은 5억 8463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 늘었다. 2분기에는 7억 421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21.3%로 가팔라졌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한국 패션 브랜드를 앞세운 마케팅이 늘고 있다. 미국 패션 유통업체 어반아웃피터스는 국내 브랜드 ‘예스아이씨’와 ‘앵글런’ 등을 판매하고 있다. 예스아이씨를 다룬 기획 콘텐츠에서는 ‘서울의 거리에서 온(Streets of Seoul) 브랜드’라는 점을 내세우며 서교동의 음악·스트리트웨어 문화와 브랜드 디자인을 함께 소개했다. 글로벌 패션 플랫폼 에센스(SSENSE) 역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28곳을 따로 소개하고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한국 패션 브랜드’ 기획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패션업체들도 해외 공략 과정에서 K패션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앞세우고 있다. LF는 국내에서 전개하는 이탈리아 브랜드 포르테포르테의 글로벌 본사에 한국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상품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높은 겨울 아우터 수요를 바탕으로 제안한 자카드 봄버 재킷과 가죽 재킷, 에코퍼 롱코트 등은 올해 FW 글로벌 컬렉션에 반영됐다. LF 관계자는 “한국에서 개발을 제안한 푸퍼 재킷도 향후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며 “한국에서 검증된 브랜드뿐 아니라 소비자의 취향과 상품 기획까지 해외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