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다.” 최근 경찰들을 만나 ‘제주 실종 허위 종결’ 사건을 물으면 돌아오는 답변이다. “한 사람의 일탈”이라며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부 모 경장의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는 의견도 일부 나온다. 하지만 “지휘부의 관리·감독에도 문제가 있던 것 아니냐”고 되물으면 대부분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고개를 숙인다.
올 상반기 ‘장윤기 부실 수사’ 사건으로 공정성과 신뢰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 경찰은 하반기 제주 실종 허위 종결 사건으로 또 한 번 깊은 수렁에 빠졌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치안 기관이 잇따라 부실 수사와 관리·감독 실패로 도마에 오르면서 경찰을 향한 국민의 신뢰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부랴부랴 쇄신에 나섰지만 사태 수습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경찰은 장윤기 부실 수사 사건을 계기로 국가수사본부 산하에 수사개혁위원회를 꾸린 데 이어 최근 조직과 업무 전반의 쇄신을 위한 ‘국민참여·현장동행 경찰개혁단’을 출범시켰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무총리실 산하에 별도의 경찰 개혁 기구를 구성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고 더불어민주당 차원의 경찰 개혁 태스크포스(TF)도 가동되고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럴듯한 혁신 기구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사이 정작 구조적 부실을 해결할 실효성 있는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주 실종 허위 종결 사건으로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골든타임’을 이미 놓쳤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다음 달 2일부터 검사의 직접수사권·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경찰의 수사 권한이 한층 커진다는 점이다. 수사 역량과 내부 통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권한 확대에 걸맞은 견제 장치마저 미흡하다면 또 다른 부실 수사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찰이 새로 얻게 될 권한의 무게에 걸맞은 책임감과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확립하지 못한다면 비대해진 수사 권한은 오히려 경찰 스스로를 옥죄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혁신 기구의 추가 신설이 아니라 현장의 부실을 도려낼 근본적인 자구책이다. 진정한 환골탈태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경찰을 향한 국민의 마지막 신뢰마저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