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채권을 발행해 국내 외화채권 시장에서 처음으로 당일 결제(T+0)에 성공했다. 앞서 국내 금융사들이 디지털 채권을 발행한 사례는 있지만 채권 발행과 결제에 걸리는 시간을 당일까지 단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나은행은 1억 달러 규모의 5년 만기 외화 디지털 채권을 발행했다고 21일 밝혔다. 스탠다드차타드(SC)가 단독 주간사를 맡아 채권 구조화와 발행·판매를 담당했다.
이번 채권은 국제예탁결제기관(ICSD)인 유로클리어의 블록체인 플랫폼 ‘D-FMI’를 통해 발행됐다. 국내 금융사가 D-FMI를 직접 활용해 디지털 채권을 발행한 것은 처음이다.
디지털 채권은 블록체인 등 분산원장기술(DLT)을 활용해 발행·등록·결제 등 채권 업무를 처리하는 채권이다. 기존 채권은 여러 참여자가 각각 정보를 처리하고 대조해야 하지만 DLT를 활용하면 공유 원장에서 정보를 처리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결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특히 하나은행은 이번 발행을 통해 국내 외화채권 발행 시장 최초로 결제 기간을 당일까지 단축했다. 채권 배정과 대금 이동이 DLT상에서 즉각 처리되면서 통상 3~5영업일이 걸리던 발행·결제 절차를 당일에 마쳤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결제 주기를 단축해 자금 조달의 안정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기존 금융 인프라와의 연결성도 유지했다. D-FMI는 유로클리어의 기존 글로벌 결제망과 연계돼 있어 별도의 투자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 하나은행은 기존 외화채권 발행에 사용하던 글로벌 중기채(GMTN) 프로그램 서류를 활용했고 기관투자가 역시 기존 유로클리어 계좌와 매매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실제 금융 인프라에 적용하는 작업을 확대하고 있다. 2월 두나무와 블록체인 기반 외화송금 서비스 기술검증(PoC)을 완료했다. 국제금융통신망(SWIFT)을 통해 주고받던 송금 전문을 두나무의 ‘기와(GIWA)체인’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하나금융은 이를 예금토큰을 활용한 외화송금 인프라로 확장하고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거쳐 상용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관계자는 “이번 디지털 채권 발행과 ‘T+0’ 결제 구현은 자금 조달 수단의 다변화를 넘어 블록체인 기술을 자본시장에 적극 접목한 의미 있는 시도”라며 “혁신적인 자금 조달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