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총인구가 특례시 지위 유지 기준인 100만 명을 불과 9003명 웃돌면서 인구 감소에 경고등이 켜졌다. 기계·방산·원전 등 국가 제조업의 주요 생산 거점임에도 인구 감소의 핵심 축인 청년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일자리 부족보다 더 나은 직무로 올라설 ‘경력 사다리’의 부재가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노동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20일 창원시에 따르면 8월 기준 등록 외국인과 거소 신고자를 포함한 총인구는 100만 9003명이다. 마산·창원·진해 통합 이후 한때 109만 명을 넘어섰지만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특례시 기준인 100만 명 선까지 밀려났다. 내국인 인구는 이미 1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인구 감소는 특례시 지위와 직결된다. 창원은 2022년 경기 수원·용인·고양과 함께 특례시로 출범해 일부 행정·재정 권한과 광역시급 복지 혜택을 적용받고 있다. 현행법상 외국인을 포함한 인구가 2년 연속 100만 명에 미달하면 특례시에서 제외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도시의 생산과 소비를 떠받칠 청년층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20·30대 내국인은 2010년 7월 33만 3694명에서 8월 21만 2868명으로 12만 명 넘게 감소했다. 20~39세 인구 비중도 2020년 25.4%에서 올해 8월 21.6%로 낮아졌다.
창원시정연구원의 ‘창원특례시 청년 유출 요인 진단과 대응과제’ 보고서를 보면 청년 이탈은 취업과 경력 형성이 본격화하는 20대 후반부터 두드러졌다. 25~29세 순유출률은 2015년 -3.48%에서 2024년 -8.47%로 크게 악화했다. 20대 초반에는 교육, 20대 후반부터는 직업이 지역을 떠나는 주요 이유로 작용했다.
청년이 떠나는 이유는 일자리의 절대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창원지역 중소기업 상용직 비율은 전국 평균을 웃돌지만 청년 확장실업률은 18.5%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일자리는 있지만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와 지역 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의미다.
연구원은 원인을 지역 노동시장의 구조에서 찾았다. 안정적인 고기술 중소기업과 중간층 일자리는 비교적 넓지만 경력을 쌓은 청년이 더 높은 임금과 전문성을 갖춘 직무로 이동할 상층 노동시장은 좁다는 것이다. 직종·직무도 다양하지 않아 경력 상승을 원하는 청년에게 지역 밖 이동이 선택지가 되고 있다.
이는 제조업 생산 거점인 창원의 지속 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청년층 이탈이 이어지면 생산현장의 숙련인력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공정혁신을 담당할 인재층도 얇아질 수 있다. 공장과 일자리를 유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청년이 지역에서 경력을 쌓고 성장할 수 있는 노동시장까지 갖춰야 생산 거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조사 대상 청년 800명 가운데 약 40%는 창원 밖으로 이주할 의사나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가 높아지면 정착을 좌우하는 요인도 넓어졌다. 30대에서는 일자리뿐 아니라 주거·문화·돌봄 등 생활환경의 영향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대안으로 성장생태계 구축과 생활권 중심 안정화, 네트워크 활성화·기반시설 구축을 제시했다. 청년 스킬패스와 창원형 디지털 전환(DX)·인공지능 전환(AX) 징검다리, 좋은 일터 전환 프로젝트, 공동체 돌봄, 교통혁신 모니터단, 사회연대기금 조성 등이 세부 과제다.
창원시는 특례시 인구 기준 완화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비수도권에는 획일적인 100만 명 기준 대신 행정 수요와 지역 중심성, 산업적 파급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도 비수도권 특례시의 인구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구본우 창원시정연구원 박사는 “청년에게 지원금을 더 주는 것보다 지역 안에서 역량을 키우고 직무를 전환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가족을 꾸린 뒤에도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청년 유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