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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또 다른 경제, 사회적기업을 만나다

19.09.2026 1분 읽기

뭉근하게 끓어오르는 노란 카레 향이 공간을 채운다. 큼직하게 썰어 넣은 당근과 감자는 겉모습이 삐뚤빼뚤하다. 단지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밭에서 버려질 뻔했던 ‘못난이 농산물’이다.

물을 마시는 유리컵은 버려진 수입 맥주병을 잘라 다듬었고, 주방에서는 플라스틱 스펀지 대신 바짝 말린 오이과 열매인 ‘천연 수세미’로 기름기를 닦아낸다. 배달 앱도, 일회용기도 없는 곳. 인천 미추홀구의 예비사회적기업 ‘소중한모든것’이 일상에 차려낸 식탁 풍경이다.

◇ 1년 200회 환경 교육의 진화…“주입식 강의 넘어 일상 속으로”

소정 대표는 인천에서 처음으로 쓰레기 없는 가게(제로 웨이스트 숍)의 문을 열며 자원순환 운동에 뛰어들었다.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운영하고, 3년 동안 1년에 200회가 넘는 환경 교육과 워크숍을 진행하며 쉼 없이 현장을 누볐다. 하지만 열정적으로 강의를 이어갈수록 가슴 한구석에 짙은 고민이 밀려왔다.

환경 시설을 견학하는 도시 탐사 프로그램에서 마주한 재활용 선별장과 소각장의 풍경은 충격적이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의 80%가 일회용 컵과 용기, 포장재 등 ‘식문화’에서 쏟아져 나온 부산물이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실 안의 교육만으로는 쏟아지는 쓰레기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소 대표는 교육의 방식을 과감히 바꿨다. 일방적으로 쓰레기를 줄이자고 외치는 대신, 아이들과 무릎을 맞대고 마이크를 건넸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이렇게 예쁜 컵이 된다고?”라며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은 스케치북에 생각을 적어 올리며 스스로 답을 찾아갔다. 소 대표는 “없는 행동을 억지로 강요하기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깨우는 체험과 매일 소비하는 삼시 세끼 식문화 속에 환경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녹여내야 지속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돌아봤다.

◇ 뭉근히 끓인 카레와 수입 맥주병의 변신…생활 속 자원순환

그 고민 끝에 탄생한 공간이 친환경 식문화 거점인 ‘커리이즈에브리띵’이다. 수많은 음식 중 카레를 선택한 이유에는 치밀한 환경적 계산이 깔려 있다.

카레는 한 그릇에 담아내는 단품 요리로 잔반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뭉근하게 끓여내면 채소 본래의 형태가 사라지기 때문에, 규격에 맞지 않아 버려지는 못난이 채소를 얼마든지 훌륭한 식재료로 살려낼 수 있다. 여기에 탄소 배출을 줄이고 동물권을 지키기 위한 ‘비건 카레’ 메뉴를 기본 축으로 세웠다.

매장 곳곳의 디테일에도 자원순환의 철학이 묻어난다. 손님 식탁에 오르는 물컵은 국산 병과 달리 국내 재사용(Reuse) 체계가 없어 그대로 깨져 매립되던 ‘수입 맥주병’을 수거해 매끄럽게 가공한 제품이다. 탄소 배출을 낳는 제도의 사각지대를 생활 속 아이디어로 메운 셈이다. 설거지에 쓰는 식물성 수세미는 미세플라스틱을 남기지 않고 흙으로 돌아간다.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배달 앱 주문은 아예 받지 않는다. 대신 인근 직장인들을 위해 다회용기로 음식을 배달하고 빈 그릇을 직접 회수해 세척하는 ‘다회용기 도시락 케이터링’ 사업을 하반기 도입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 투쟁 대신 ‘맛있고 즐겁게’…골목에서 싹트는 친환경 생태계

소정 대표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환경 문제를 ‘투쟁’이나 ‘헝그리 정신’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희생과 결의에 기대는 운동은 쉽게 지치지만, 맛있고 재미있는 경험은 사람들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든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러한 유쾌한 상생은 이웃 가게들과의 연대로 확장되고 있다. 소중한모든것은 인근 비건 매장 ‘지구본’과 손잡고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제비(제로웨이스트+비건) 데이’를 연다. 작은 플리마켓과 제비뽑기, 환경영화 상영회, 체험 워크숍이 어우러진 골목 축제를 통해 시민들이 문턱 없이 친환경 문화를 접하도록 돕는다.

인천시가 공공 행사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의무화하고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등 축제 현장에 다회용 컵을 도입하는 행정 조례 변화도 든든한 우군이다. 소 대표는 제도적 변화와 민간의 실천이 발을 맞출 때 시민들의 인식도 빠르게 전환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소정 대표는 “환경을 이야기하는 발신자로서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같은 가치를 새롭고 즐거운 방식으로 전하고 싶다”며 “골목 안에서 오래오래 살아남아, 시민들이 무심코 들어와 맛있는 한 끼를 먹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살리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따뜻한 쉼터가 되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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