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제조업 도시인 울산이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하는 ‘제조 인공지능 전환(M.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장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AI와 결합해 생산공정을 스스로 최적화하고 설비 고장을 미리 예측하는 제조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석유화학에서 시작한 실증을 자동차·조선으로 넓혀 울산을 제조 AI 기술의 시험장이자 사업화 거점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17일 울산시에 따르면 시는 정부의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육성 정책에 맞춰 산업별 제조 AI 실증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제조업의 공정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자율제어와 예측진단 등 AI 기술을 실제 생산현장에 적용해 생산성과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먼저 속도를 내는 분야는 석유화학이다. 울산시는 지난해 9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총 290억 원을 투입해 ‘울산 석유·화학 AX 실증산단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 공장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석유화학 공정에 특화된 ‘버티컬 AI’ 모델을 개발하고 AX 선도공장과 실증 인프라를 구축한다.
현장에서는 생산·설비 데이터 통합과 디지털트윈, 공정 최적화, 설비 예측진단 등 기술을 실제 공정에 적용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울산정보산업진흥원과 울산공장장협의회도 최근 기술교류회를 열어 AI 전문기업과 제조기업 간 협력망을 확대했다. 울산에서 검증한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 산단 AX 분과의 ‘MINI 얼라이언스’를 통해 창원과 반월시화, 여수 등 전국 10개 거점 산업단지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제조 AI 적용 범위는 자동차와 조선으로 넓어진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광주시와 함께 ‘울산-광주 휴머노이드 기반 자동차 산업 제조 인공지능 전환(M.AX)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완성차 생산기반을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과 제조 AI를 실제 생산공정에 적용하고 검증하는 초광역 협력사업이다.
조선 분야에서는 스마트 선박과 핵심 기자재의 실증 기반을 확충한다. 울산시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AI 선박 특화 기반 및 첨단부품 실증 지원’ 29억 2000만 원과 ‘조선산업 핵심인재 디지털 양성 기반 구축’ 15억 원을 편성했다.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도 AI 선박 기자재 및 첨단부품 실증지원센터 구축 사업이 반영돼 스마트·친환경 선박 부품의 시험·인증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술 도입에 따른 산업과 노동시장의 변화에도 대응한다. 지난 7월 출범한 ‘산업 AX 협의체’를 중심으로 제조 현장에서 필요한 전략과제를 발굴하고 산업 재편에 따른 일자리 변화를 분석하는 노동전환 종합계획도 마련한다. 대기업뿐 아니라 지역 중소·중견기업까지 AI 전환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도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 예산 확보도 뒷받침되고 있다.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울산시 국비는 3조 234억 원으로 전년보다 3030억 원(11.1%) 늘어 처음으로 3조 원을 넘어섰다. 전체 국비 가운데 울산-광주 자동차 M.AX 사업과 초거대산업 AI 연구지원, 석유화학 AX 실증산단 등 제조업의 AI 전환을 뒷받침할 사업들이 포함됐다.
울산시는 제조 AI 생태계를 완성하기 위해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등 산업 AX 관련 기관을 유치해 지역의 제조기업·연구기관과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중소기업의 AX 설비투자에 필요한 정책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IBK기업은행 본점 유치도 추진한다.
울산의 강점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생산현장에서 축적되는 대규모 산업 데이터다. 여기에 건립 중인 초거대 AI 데이터센터와 연구·실증기관을 결합해 기술개발에서 현장 실증, 사업화까지 지역 안에서 이어지는 제조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김상욱 울산시장은 “울산이 축적해온 세계적인 제조 기반에 첨단 AI와 에너지, 정책금융을 결합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산업대전환을 이끄는 국가 제조 AI 실증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