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 그룹의 리밸런싱(사업 재편)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반도체 소재·가스·장비·인프라 사업을 묶어 시너지를 제고하는 한편 성장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매각해 미래 투자에 대비하는 전략이다.
17일 SK에 따르면 SKC(011790) 는 올해 1조 1671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반도체 소재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SKC가 확보한 자금의 절반인 약 5900억 원은 향후 3년에 걸쳐 유리기판 사업에 투입된다. SKC는 이달 4일 미국 자회사인 앱솔릭스가 추진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810억 원을 출자하기로 결의하면서 유리기판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반 유기 소재 기판보다 열팽창률이 낮고 평탄도가 우수하다. 이에 대(大)면적, 고(高)집적 반도체 패키지 구현에 적합한 차세대 기판으로 꼽힌다. 앱솔릭스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한 유리기판의 고객사 신뢰성 평가와 기술검증(PoC)을 진행하며 상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SKC 관계자는 “계획된 자금을 단계적으로 투입해 양산 준비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밸류체인의 전진기지로 변모하고 있다. 기존 반도체 공장 설계·조달·시공(EPC)에 2024년 에센코어(메모리·모듈)와 SK에어플러스(산업 가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지난해 SK트리켐(증착용 프리커서), SK레조낙(식각 가스),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블루 도판트),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포토 소재)를 잇따라 계열사로 추가했다.
반도체 공장 건설을 넘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와 소재를 함께 제공하는 반도체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온다. 최근에는 SK에코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EPC 역량도 통합했다.
지주사인 SK㈜ 차원의 ‘선택과 집중’도 이뤄지고 있다. SK㈜는 7월 SK실트론 지분 70.6%를 2조 3000억 원에 두산에 매각하기로 했다. SK는 실트론을 LG에서 사들인 지 9년 만에 글로벌 3위 웨이퍼 기업으로 키워낸 뒤 두산에 넘겨 1조 5000억 원이 넘는 매각 차익을 거두게 됐다.
실트론 매각 대금은 반도체 투자 확대를 위한 마중물로 활용될 개연성이 높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덩치가 커진 반도체 웨이퍼까지 무조건 끌어안기보다는 사업별 경쟁력과 투자 우선순위에 따라 자본을 보다 효율적인 곳으로 배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