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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하우스 이사 지명하려면 지분 10% 넘겨야…“대금은 韓 기업이”

17.09.2026 1분 읽기

우리나라와 미국이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를 둘러싸고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측이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대금은 2000억 달러로 제한된 대미투자자금과 별도”라는 입장을 우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주체가 되는 한국전력공사나 한국수력원자력이 별도의 자금을 마련해야 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우리 측이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인수해도 지분율이 최소 10%를 넘기지 못하면 이사 지명 등 최소한의 경영 참여도 보장받기 어려워 사실상 ‘재무적 투자자’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16일 국회와 통상 당국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웨스팅하우스 인수 주체와 지분율, 지분 거래 구조 등을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당초 원전업계에서는 한국이 조성하는 대미투자펀드로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실제로는 한전·한수원 측이 웨스팅하우스와 별도로 MOU를 맺는 방식도 함께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미 양국의 MOU 외에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기업 계약이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웨스팅하우스 지분율이나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원전 업계에서는 유의미한 투자가 되려면 최소한 10%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실제 웨스팅하우스의 주주인 브룩필드와 카메코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메코는 웨스팅하우스 이사회에서 의결되는 중요한 경영 안건에 대한 동의권을 확보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의 이사회는 양대 주주인 브룩필드와 카메코가 각각 3명의 이사를 지명하되 의결권은 지분율에 맞춰 각각 51%, 49%로 차등해 나눠갖고 있다.

이때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문턱은 지분 10%인 것으로 파악됐다. 웨스팅하우스의 주주는 지분이 10% 밑으로 떨어질 경우 이사지명권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대주주가 특수관계인과 거래하려 하는 등의 ‘핵심 유보 사안(Reserved matters)’을 이사회에서 의결하려 할 때 이를 막아설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지분 하한도 10%다.

원전 발주나 사업권 매각 등 핵심 경영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지분율 기준은 25%다. 카메코는 브룩필드와의 주주 간 계약에서 웨스팅하우스 사업과 운영에 관한 ‘특정 사안(Certain matters)’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의결할 때 브룩필드와 카메코 측 이사 최소 1명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규정했다. 카메코가 반대하는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지 않도록 일종의 비토권을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연간 예산 승인 △주요 계약 체결 △신규 사업 진출과 같은 ‘유보 사안(Reserved matters)’에 대해서는 양대 주주의 승인을 반드시 받도록 규정했다. 이 권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율이 바로 25%다. 한국이 지분을 매입하면서 기존 주주 간 계약이 존중될 경우 이정도 지분율은 확보해야 의미있는 경영 참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구체적인 지분율을 놓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바로 이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은 우선 최소 10%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 참여의 길을 열어둔 뒤 사사건건 우리 원전 수출사업의 발목을 잡는 지적재산권(IP)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전략 산업인 원전을 만드는 데 한국의 개입을 최대한 차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구체적인 지분 확보 방식은 미국 정부는 물론 양대 주주와 협상해야 한다”며 “지분율보다는 이사회에서 어떤 권한을 가질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직접 제공할 수 있는 웨스팅하우스 주식은 기업공개(IPO) 직후 웨스팅하우스 기업 가치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말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가치가 300억 달러를 초과할 경우 IPO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이때 미국 정부의 지분율은 기업가치에서 175억 달러를 뺀 값의 20%만큼이다. 가령 300억 달러 가치로 IPO를 하면 미국 정부의 지분율은 8.33%가 된다는 의미다.

기업 가치가 더 높아지면 미국 정부의 지분율이 높아지겠지만 이를 기다리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미국 정부가 제3자에게 지분을 양도하기 전 카메코 및 브룩필드에게 우선 매수제안을 하도록 규정돼있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이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충분한 지분을 얻으려면 브룩필드와 카메코의 현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어차피 새로운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려면 기존 주주와 협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전·한수원이 나서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매입할 경우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문제다. 웨스팅하우스 가치를 300억 달러로 잡고 10%만 인수한다고 가정해도 30억 달러(4조1000억 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총 부채가 210조 이상인 한전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투자 규모다. 한전은 상장사여서 이같은 대규모 투자가 현실이 될 경우 주주 동의를 받아야 할 수 있다 점도 걸림돌이다.

한편 정부는 대미 투자 관련 국회 보고 일정을 17일에서 22일로 미뤘다. 이에 따라 당초 18일로 알려졌던 대미 투자 합의서 서명 날짜도 22일 이후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협상의 큰 틀은 유지되고 있으나 여러 쟁점에서 막판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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