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AI를 활용해 자료를 작성하고 필요한 정보를 알아보는 것이 이제 평범한 일상이 됐다. AI와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전 세계 주식시장을 이끌고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AI 시장 선점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다가올 미래에는 AI 분야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시선을 잠시 다른 곳으로 돌려보자. 우리나라를 포함한 몇몇 선진국들이 AI 관련 인프라 투자와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그 노력의 결실을 거두는 동안 개발도상국들은 부족한 자금과 낙후된 인프라 여건으로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AI와 반도체 분야의 빠른 기술 진보 속도를 고려하면 AI 혁명으로 오히려 글로벌 소득과 복지의 격차가 점점 확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과 복지 증진을 지원하는 국제 개발 협력의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 국가들은 AI 분야의 협력과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를 위한 AI(AI For Africa)’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또 지난주 서울에서 개최된 ‘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KOAFEC)’에서는 ‘AI와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한 아프리카의 대전환’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경제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국제 개발 협력의 패러다임과 수요 변화에 발맞춰 우리 정부도 최근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중점 지원 분야에 AI·디지털을 새로 추가했다. 더 나아가 구체적인 추진 전략으로 ‘K-AI 패키지’ 모델을 마련했다. ‘K-AI 패키지’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으로 건설하는 물리적 인프라에 AI 솔루션,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까지 지원하는 종합적인 개발원조 사업 모델이다. 각 구성 요소마다 우리 기술과 부품을 적용한 패키지를 마련했고 EDCF 수원국이 자국 수요에 맞는 세부 메뉴를 선택하게 할 계획이다.
‘K-AI 패키지’의 첫 번째 대상 사업은 ‘탄자니아 AI·디지털 기술교육기관 건립’으로 내년부터 구체적인 상세 설계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총 1억 7000만 달러(약 2300억 원) 규모의 EDCF 유상 차관이 제공되며 탄자니아 정부는 이러한 차관을 활용해 고성능 AI 트레이닝 시설 건립, AI 교육과정 개발, 운영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탄자니아는 AI·디지털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인프라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사업은 우리 기업만 수주할 수 있고 우리의 AI 기술과 경험을 적극 활용하는 만큼 이 사업의 성공적 건설과 운영은 우리 AI 기업이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K-AI 패키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발굴에 노력을 집중하고자 한다. 이번 탄자니아 AI 사업을 시작으로 농업·의료·수자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형 AI ODA의 시그니처 사업을 발전시키고 다른 개발도상국에도 이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AI 기술 혜택을 전 세계의 보다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실현에 EDCF가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