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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 전 침몰한 신안선 자목단…한중일 잇는 바닷길 엿보다

15.09.2026 1분 읽기

14세기 중국 닝보(영파)에서 일본 하카타로 향하다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원나라 시대 무역선 속에 실려 있던 고급 목재 자단목(紫檀木)의 비밀이 풀렸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한국 수중발굴 50주년을 맞아 15일부터 ‘바다를 건넌 나무, 자단’ 특별전을 개막하며, 14세기 원나라 무역선 신안선에서 출수된 자단목의 문자·표식에 대한 새로운 분석 성과를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신안선 출수 자단목의 3차원 디지털(3D) 정밀 기록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다양한 문자와 문양 자료를 정리해 선보이는 자리이다. 그동안 숫자나 로마자 알파벳 등으로 여겨졌던 자단목의 일부 음각 표식을 원나라 공식 문자인 ‘파스파 문자’로 새롭게 판독한 유물 6점을 비롯해, 천자문(千字文)을 활용한 화물 관리 기호, 목간과의 비교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선보인다.

신안선은 1976년 처음 존재가 확인됐는데 그 후 9년에 걸친 수중 발굴을 통해 2만 7000점 이상의 유물이 확인됐고 지금껏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판독된 파스파 문자는 ‘지(ji)’로 발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스파 문자가 원 제국의 통치와 행정, 외교 등을 관장하던 집권층을 중심으로 사용됐던 만큼, 이번에 판독된 문자 역시 집권층의 권위를 상징하거나 화물의 공적 검수 및 관리를 위한 핵심 표식으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한자가 새겨진 자단목 약 160점 중 ‘천삼(天三)’, ‘천육(天六)’, ‘황오(黃五)’, ‘주칠호(宙柒號)’ 등에서 확인되는 천(天)·황(黃)·주(宙)가 천자문의 첫머리 글자와 대응하고 뒤이어 숫자나 ‘호(號)’가 결합한다는 점을 통해, 천자문을 화물의 분류 기호와 일련번호로 삼아 체계적으로 관리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또 신안선 출수 목간에서 확인된 ‘まこ三郞(마코사부로)’, ‘いや二らう(이야지로)’ 등 일본 문자로 표기된 인명과 서명 형태의 수결이 자단목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화물 묶음에 매단 꼬리표인 ‘목간’과 화물 본체에 직접 새긴 ‘자단목 표식’이 서로 짝을 이루어 화물 검수와 인수 과정에서 정보를 대조·확인하는 장치였음을 입증한다. 특히 신안선의 최종 목적지인 일본 교토 도후쿠지(동복사) 관계자가 선적과 유통에 깊이 관여했음을 밝혀낸 새로운 성과로도 평가된다.

특별전 개막 이튿날인 16일에는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사회교육관에서 ‘신안선 자단목과 동아시아 해양교류’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국내외 관련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6개의 주제 발표를 통해 자단목의 수종과 산지 분석, 유통·무역 구조, 표식 해석, 중세 일본 내 소비 양상과 모방 기법 등을 다각도로 논의하며 14세기 아시아 해상 교역사의 실태를 규명한다.

‘신안선’은 중국 닝보에서 출발해 산둥반도에서 우리나라까지 황해를 건넜고 이어 서해안을 따라 내려오다가 전남 신안군 인근에서 침몰했다. 최종 목적지는 남해안을 지나 일본 하카타(후쿠오카)를 거쳐 교토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당시 중국과 한국, 일본을 거치는 보편적인 해로로 해석된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이번 특별전과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자단목을 700년 전 동아시아 물류 체계를 생생하게 담아낸 ‘기록 매체’로 새롭게 조명할 것”이라며 “해양유산에 대한 융복합 연구를 지속하여 중세 해양교류사의 숨겨진 면모를 밝히고 그 역사적 가치를 널리 공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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