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스디에스(018260) (삼성SDS)가 로봇 하드웨어부터 인텔리전스, 데이터 등 분야별 기술력을 갖춘 국내외 기업을 모아 ‘로봇 드림팀’을 구성했다. 시장 지배적인 기준이 없고 단계별로 다수 기업들이 분산돼 있는 피지컬 인공지능(AI)의 특성상 한 기업이 치고 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SDS가 협업하는 기업의 기술력을 통해 삼성그룹의 로봇전환(RX) 사업 방향을 엿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최근 로봇 분야 10개 기업이 참여하는 ‘팀 REX(Robotics EXcellence)’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각 영역에서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 손잡고 제조 공정별 최적의 로봇 조합을 설계해 운영·유지·관리하는 역할을 맡겠다는 취지다.
로봇 손 잘 만드는 中 기업까지 파트너 확보
먼저 로봇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에이로봇·제네시스AI·홀리데이로보틱스·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우지테크놀로지가 참여한다. 우지테크놀로지는 로봇 손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중국 기업이다. 우지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우지 핸드(Wuji Hand)’는 20개 관절을 각각 능동 제어하며 600g 미만의 가벼운 구조에서도 높은 파지력을 구현한다. 다양한 휴머노이드에 붙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SDS 측은 “로봇 손 기술만큼은 중국을 따라잡을 곳이 없다”며 “우지테크놀로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수아랩 창업자인 송기영 대표가 설립한 홀리데이로보틱스는 제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프라이데이(FRIDAY)’를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이다. 촉각 센싱과 힘 인지 제어를 기반으로 부품을 잡고 위치를 조정하는 정교한 조작 작업에서 강점을 가진다. 최근 시리즈A로 국내 최대 규모인 1550억 원을 투자 받아 화제가 됐다.
에이로봇은 산업용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앨리스5(ALICE 5)’를 개발하고 있다. 액추에이터부터 관절·프레임·보행 및 피지컬AI 제어 알고리즘까지 자체 개발하는 게 특징이다. 170㎝급 대형 로봇을 조선·건설 등 고강도 현장에 투입하는 것을 겨냥하고 있다.
제네시스AI는 범용 로봇 ‘에노(Eno)’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GENE-26.5’를 함께 개발하는 미국 피지컬AI 기업이다. 삼성전자(005930) 자회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휴보’ 개발진이 만든 기업으로, 협동로봇·사족보행·자율이동로봇(AMR)·이동형 양팔로봇 등 제품군이 넓다.
삼성 투자받은 월든로보틱스, 로봇 두뇌 개발 협력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텔리전스 분야에서는 리얼월드·로보포스·월든로보틱스가 팀REX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월든로보틱스는 팀REX의 핵심 파트너로 거론된다. 올해 1월 도요타연구소 출신 연구진이 설립한 깃업으로, 지난 6월 삼성벤처투자에서 전략적 투자를 받았다. 월든로보틱스는 삼성 투자를 받기 전부터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대규모 행동 모델(LBM)을 기반으로 한 범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단순히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실제 작업에서 새로운 행동을 학습하고 개선하는 것으로, 이미 북미 도요타 공장에 투입됐다.
리얼월드는 로봇의 정교한 손 조작 능력을 겨냥한 로봇파운데이션모델(RFM) ‘RLDX-1’을 개발한 한국 스타트업이다. 기존 시각언어행동(VLA)이 주로 시각·언어를 보는 것과 달리 시각뿐 아니라 촉각·힘(토크)·동작의 시간 변화·장기 기억까지 함께 처리해 잡기·붓기·도구 사용 같은 접촉 중심 작업을 수행하도록 한다. 엔비디아와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의 정밀 조작능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도 만들고 있다.
로보포스는 태양광·데이터센터·광산·항만·제조 등 거칠고 위험한 산업현장에 투입할 범용 AI 로봇 ‘티탄(TITAN)’을 개발한 미국 기업이다. 자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실세계·시뮬레이션 데이터를 결합해 산업용 로봇 노동력을 지향하고 있다.
로봇 데이터 전문 ‘컨피그’·시뮬레이션 개발 ‘엔닷라이트’
피지컬 AI의 병목으로 지목되는 데이터 분야에서는 한국의 컨피그인텔리전스가 삼성SDS와 손잡았다. 컨피그인텔리전스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웨이모 출신 등이 창업한 회사로, 행동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사람이 직접 작업한 데이터를 자체 엔진으로 로봇이 학습 가능한 고정밀 행동 데이터로 변환하고, 이를 이용해 양팔조작 RFM인 ‘CFG-1’을 개발했다. 삼성·현대차·LG·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유명하다.
시뮬레이션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에서 3차원(3D) 런처 개발을 이끈 박진영 대표와 네이버·삼성전자에서 AI 및 3D 엔진 개발을 이끈 김선태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 창업한 엔닷라이트가 팀 REX에 합류했다. 엔닷라이트는 실제 공장·물체를 로봇이 학습하도록 시뮬레이션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질량, 마찰 등 물리 속성과 관절 구조, 충돌 범위 정보까지 반영한 3D 데이터 생성을 자동화하고 이를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와 연동해 고품질 3D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대량 생성한다.
업계에서는 삼성SDS가 10개 기업을 시작으로 피지컬AI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과 협업을 더 확대해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가운데 삼성SDS가 기술력을 가진 기업과의 협업을 뒷받침해주면서 삼성그룹이 피지컬AI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봇 시장에 현재 가장 앞선 중국도 로봇의 모든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건 아니”라며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통해 피지컬 AI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