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미세 혈관 저항 정도가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심혈관질환 위험을 알려주는 조기 경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관상동맥조영술로도 발견하기 어려웠던 미세혈관의 자체 기능을 평가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을 가려낼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주명 순환기내과 교수와 홍영준·이승헌·안준호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 위험 환자를 가려낼 수 있는 새 지표를 확인했다고 11 밝혔다.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Coronary Microvascular Dysfunction)는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작은 혈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충분한 혈류를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다. 영상검사 상 관상동맥의 큰 혈관이 뚜렷하게 좁아지지 않았는데도 심장 근육에 피와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거나 가슴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동안 의료 현장에서는 관상동맥 혈류 예비력(CFR)과 미세혈관 저항지수(IMR) 등 여러 지표를 종합해 미세혈관 기능장애를 평가해 왔다. 최근에는 심장의 가장 바깥쪽 표면인 심외막에 위치한 굵은 관상동맥의 영향을 제외하고 작은 혈관 자체의 기능을 살펴보는 미세혈관 저항 예비력(MRR)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MRR은 심장에 더 많은 혈액이 필요할 때 관상동맥 미세혈관이 저항을 얼마나 낮춰 혈류를 늘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낮을수록 미세혈관의 기능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다만 실제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예측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해서는 근거가 부족했던 실정이다.
연구팀은 2022년 4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국내 7개 의료기관에서 허혈성 심장질환이 의심돼 관상동맥조영술과 혈류 기능검사를 받았던 환자 1003명을 분석했다. MRR 2.5 이하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전체 피험자의 33.3%(334명)에서 미세혈관 기능장애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과 심근경색, 치료를 위한 재시술,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등을 주요 심혈관 사건으로 정의하고, 1.9년(중앙값)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미세혈관 기능장애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군보다 주요 심혈관 사건을 겪을 위험이 1.94배 높았다. 2년 이내 주요 심혈관 사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 비율도 미세혈관 기능장애 환자군이 18.2%, 정상군이 8.6%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MRR이 관상동맥 미세혈관의 기능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심혈관질환 위험이 큰 환자를 선별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승헌 교수는 “그동안 여러 지표를 함께 고려해 평가했던 미세혈관 기능장애를 MRR이라는 하나의 지표로 한층 간단하게 평가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새로운 평가 지표가 실제 환자의 예후와도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주명 교수는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는 일반적인 관상동맥조영술만으로 발견하기 어려워 환자가 흉통을 호소해도 원인을 명확하게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연구가 미세혈관 기능장애를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환자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Congress 2026)의 ‘최신 임상연구(Late-Breaking Clinical Trial)’ 세션에서 소개됐고, 국제학술지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 최근호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