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철강 생산을 탈탄소화하려면 막대한 전력비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월성 원전 1호기 재가동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는 대신 생산 전력을 장기간 구매할 수 있도록 전력구매계약(PPA)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K-GX 시대 에너지 산업국가전략 토론회’에서 강민구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연산 350만 톤 규모의 고로 한 기를 수소환원제철로 바꾸려면 연간 수소 21만 톤과 전력 10.5TWh(테라와트시)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10.5TWh는 지난해 대전시 전체가 사용한 전력 10.3TWh보다 많다. 24시간 내내 약 1200MW의 전력을 끊김 없이 공급해야 하는 규모다. 철강은 생산라인을 계속 돌려야 하는 연속조업 산업이어서 값싼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기존 고로는 석탄을 이용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지만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한다. 탄소 배출은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 수소환원제철이 본격화하면 전기료가 최종 철강 생산원가의 최대 35%를 차지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강 변호사는 이 때문에 철강 같은 난감축 산업에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무탄소 전력을 장기간 공급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재생에너지는 PPA가 가능하지만 대형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기업이 직접 장기 구매하는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
포스코도 전력비를 철강 탈탄소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포스코 측은 “한전의 재정을 걱정하기 전에 국내 철강 산업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철강 경쟁력이 무너지면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후방 산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월성1호기 재가동이다. 현재 전력수급계획에서 빠져 있는 월성1호기를 다시 가동할 경우 기업이 개보수 비용과 사업 위험을 부담하고, 그 대가로 생산된 전력을 PPA를 통해 장기간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구상이다.
다만 포스코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값싼 전력을 특정 기업에 떼어달라는 취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포스코 측은 “기존 원전 전력을 쏙 빼서 철강 제조에 활용하면 나머지 부담은 국민과 다른 기업이 지게 된다”며 “그런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가 되지 않도록 참여 대상을 철강에 한정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탈탄소 기여도 등 정부가 일정한 기준을 만들고 이를 충족하는 석유화학·데이터센터 등 다른 전력 다소비 기업에도 참여 기회를 열자는 것이다. 포스코 측은 “포스코에 월성1호기를 넘겨달라는 게 아니라 운동장을 열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원전 PPA를 허용할 경우 적용 업종과 비용 분담 방식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탈탄소 비용을 낮추면서도 원전 개보수·계통·지역지원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일반 전기 소비자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도 설계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