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실종자들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고 경찰의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이를 계기로 제주 전체를 위험한 지역으로 낙인찍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와 지역 혐오가 확산하고 있다.
8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과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제주 치안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부추기는 내용이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새벽에 택시를 탔다가 눈을 떠보니 갈대밭이었다’는 내용이다.
일부 언론은 한 유튜브 영상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영상에서 유튜버는 지인의 전언이라며 한 여성이 새벽 시간 택시를 이용한 뒤 잠이 들었고, 깨어나 보니 갈대밭에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여성이 갈대밭을 헤쳐 도망친 뒤 경찰에 신고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경찰이 112 신고 내용과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 등을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영상에서 언급된 내용과 일치하는 신고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영상에서 함께 언급된 다른 사건들 역시 10년 전 발생한 일이거나 최근에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영상에서 ‘갈대밭이 많다’고 언급된 제주시 애월읍 무수천 일대 주민들도 실제 상황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무수천 산간에 억새가 듬성듬성 자라는 곳은 있지만 갈대는 없다며, 사람이 갈대를 헤치고 빠져나갈 정도로 무성한 갈대밭이 무수천 일대에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기사에는 발생 일시와 장소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최근 제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건으로 오인될 수 있다”며 “도민들의 불안감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실종 사건 이후 커진 불안…제주 도민·유튜버에까지 악성 댓글
제주를 둘러싼 근거 없는 비난은 온라인상에서 지역 혐오로까지 번지고 있다. 제주 여행과 문화를 소개하는 도민 유튜브 채널에는 “제주도에 놀러 가라고 부추긴 책임도 있으니 사과하라”, “위험한 제주도를 왜 소개하느냐”는 등의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제주를 상징하는 귤과 특정 국가명을 합성해 제주를 비난하거나,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많은 특정 국가 국민들과 연관 지어 혐오를 확산시키는 글도 등장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유튜버 ‘뭐랭하맨’ 역시 악성 댓글 피해를 호소했다.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최근 일들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그는 “최근 악플이 1000개 이상은 달린 것 같다”며 자신을 향한 댓글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댓글에는 “얘도 전과 있는지”, “이 XX가 제주 홍보대사냐”, “위험한 제주도 홍보하지 말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뭐랭하맨은 제주가 과거 거지와 도둑이 없고 대문이 없다는 의미에서 ‘삼무도’로 불렸다는 점을 언급하며, 어릴 때부터 제주를 안전하고 평화로운 섬으로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제주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자신 역시 제주도민으로서 걱정하고 있으며 사건을 둘러싼 의문이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자신을 향한 악성 댓글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저는 제주에 사는 사람이다. 제주에 제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제주에서 계속된다면 걱정될 사람은 제주도에 사는 저와 다른 제주도민들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갖고 있는 의문이 명명백백히 밝혀져 평화로운 섬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제주에서는 실종된 장미란씨가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실종자 3명이 추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과정에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30대 A 경장이 장씨 등의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경찰청 본청과 제주경찰청, 제주서부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하며 A 경장의 실종 사건 처리 과정을 수사하고 있다.
이처럼 실제 사건을 둘러싼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제주도민과 관광업계 등이 또 다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성만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실종 허위종결 사건으로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특히 경찰의 허술한 대응이 많은 시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분별한 의혹 제기는 사건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와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온라인에서 확산하는 근거 없는 억측으로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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