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V 명가 소니의 프리미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 공급망을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사실상 점령했다. 최상위 제품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QD)-OLED가, 중급형에는 LG디스플레이(034220) 의 화이트(W)OLED가 들어가면서 소니의 OLED TV 패널 공급망을 삼성·LG가 양분하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일본 TV 업체들이 대형 패널의 자체 생산과 중저가 제품의 물량 경쟁에서 사실상 물러나고 하이엔드 시장에 집중하면서 핵심 부품 공급망이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는 OLED TV 제품에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급형 모델인 ‘브라비아 8 II’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가 적용되고, 중급형 OLED 제품군에는 LG디스플레이의 WOLED가 들어간다. 소니는 샤프 등 다른 일본 TV 업체보다 OLED TV 라인업이 다양한 만큼 제품 특성에 따라 양사의 패널을 나눠 공급받고 있다.
QD-OLED는 파란색 OLED 빛을 퀀텀닷 소재를 활용해 빨간색과 녹색으로 변환함으로써 선명한 색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WOLED는 OLED가 만든 백색광을 색상별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크기의 패널을 생산하는 데 강점이 있다. 이에 소니는 최상위 제품에는 QD-OLED를, 보다 다양한 화면 크기의 제품에는 WOLED를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공급 구조는 일본 TV 산업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소니는 삼성전자(005930) 나 중국 TCL·하이센스처럼 대규모 출하량 경쟁을 벌이기보다 화질과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운 하이엔드 TV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1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TCL과 하이센스가 각각 14%, 13%로 뒤를 이었고 LG전자(066570) 는 9%를 기록했다.
반면 소니와 샤프, 파나소닉 등 일본 주요 TV 업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각각 1%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일본 내수와 동남아시아 등 일부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업체처럼 LCD(액정표시장치) 기반의 중저가 제품을 대량 판매하기보다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어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낮다는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가 일본 TV 업체들에 대형 OLED 패널을 공급하는 것도 이런 시장 구조와 맞닿아 있다. 소니와 샤프의 OLED TV 출하량이 많지 않은 만큼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공급 물량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TV 업체들이 판매량 경쟁보다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할수록 한국 OLED 업체의 공급망 내 위상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TV 업체들은 중저가 제품 판매량을 늘리기보다 브랜드와 화질을 앞세운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며 “대형 OLED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