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용당 일섭(1900~1975) 스님은 한국 근현대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이다. 불상과 불화, 단청을 두루 섭렵한 그는 전국의 사찰을 누비며 작품을 남겼고, 5대에 걸쳐 280명이 넘는 제자를 길러냈다.
일섭 스님의 삶과 예술 세계를 총망라한 전집 ‘한국 근현대 불교미술의 비수갈마: 금용 일섭’ 총 6권이 출간됐다. 송광사성보박물관장인 고경 스님의 총괄 아래 불교미술사 전문가인 신은영 송광사성보박물관 학예사와 송은석 동국대 WISE캠퍼스 교수가 함께 정리했다.
고경 스님은 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일섭 스님은 옛것을 지키려고만 한 것이 아니라 옛것을 바탕으로 불교미술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창의적인 시도를 많이 하셨다”고 설명했다. 일섭 스님의 이런 면모를 잘 보여주는 대표작 중 하나가 1951년에 그린 김제 부용사 미륵탱이다. 미륵불을 중심에 두고 예수, 마호메트, 공자 등 세계 4대 성인을 한자리에 그렸다. 고경 스님은 “1·4후퇴 직후 혼란한 전쟁통에 구원을 얻고자 완성한 작품으로 이제까지 이런 시도는 본 적이 없다”고 평했다.
조계산파 봉린 스님 문하에서 그림을 시작한 일섭 스님은 전라도와 경상도, 함경도와 만주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사찰을 돌며 불화와 불상 조성, 단청과 문화유산 보수 작업에 참여했다. 1938년 한국 불교의 상징인 태고사(현 조계사)의 단청과 후불탱화 제작을 맡았고, 1972년 중요무형문화재 단청장으로 지정됐다. 교육과 전승 활동에도 힘써 일제강점기 부용사에 ‘불상불화전문연구성예원’을 설립해 전문적인 화원을 양성했다. 성예원을 통해 5대에 걸쳐 배출한 280여 명의 제자는 현대 한국 불교미술의 중요한 계보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전집 발간은 2014년 부용사 지관 스님이 일섭 스님의 유품을 송광사성보박물관에 기탁하면서 시작됐다. 일섭 스님은 자신의 생애는 물론 작업 과정을 연보에 꼼꼼하게 기록했다. 저자들은 연보의 기록을 토대로 10여 년간 전국 250여 곳의 사찰과 서원을 찾아 2607점의 불상과 383점의 불화, 수백 점의 불화 초본과 단청을 집대성했다. 송 교수는 “일섭 스님은 작업을 할 때마다 작업 이유와 형태, 누구와 함께했는지를 연보에 상세하게 적었다”며 “동아시아 불교미술의 특징이 잘 발현된 기록유산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