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물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유통·식품업계가 용량과 가격을 함께 낮춘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같은 원료를 쓰면서 중량은 줄이되 단위당 가격까지 떨어뜨린 사례도 나왔다. 통상 소용량 제품일수록 단위 가격을 비싸게 매기지만, 저가 수요를 잡기 위해 업계가 공격적인 가격 전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지난달 2알들이 ‘미니 오리지널 유부초밥’을 1900원에 내놨다. 4알 4200원인 기존 스테디셀러 ‘참치마요 유부초밥’과 비교하면 알당 단가가 1050원에서 950원으로 100원 내려갔다. 3알 2900원인 ‘미니 치즈이불 유부초밥’ 역시 알당 966원 수준이다. 치즈와 볶음밥 등 부자재가 더 들어간 제품인데도 참치마요보다 알당 가격이 싸다.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CU 집계를 보면 미니 유부초밥은 출시 2주 만에 누적 5만 개가 팔려 같은 기간 참치마요 유부초밥 판매량(3만 개)의 1.7배를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참치마요 유부초밥을 넘어설 정도로 미니 유부초밥의 초반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GS25는 지난 7월 대표 치킨샐러드인 ‘빅치킨텐더샐러드’(260g)의 소용량 버전 ‘한컵 치킨카펠리니샐러드’(135g)를 출시했다. 중량은 기존 제품의 절반 보다 조금 더 많지만 가격은 5900원에서 2900원으로 절반 아래까지 끌어내렸다. 이에 그램(g)당 가격도 22.7원에서 21.5원으로 소폭 낮아졌다. 회사 측은 “필요한 만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도 지난달 초 ‘프렌치카페 악마의유혹’ 200㎖ 2종을 내놓고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 중이다. 기존 250㎖에서 용량을 줄인 소포장이지만 용량 대비 가격은 오히려 더 내렸다. 권장 소매 판매가는 900~990원대로, 상단인 990원을 기준으로 하면 ㎖당 4.95원이다. 기존 250㎖ 제품의 권장 소비자가 상단(1299원)으로 환산한 단위 가격(5.2원)을 밑돈다. 이 제품은 출시 약 3주 만에 주문량 12만 봉을 기록하며 초도 생산 물량이 동나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이마트는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농가에서 버려지던 과일(소과)을 상품화해 가격을 5000원 아래로 낮췄다. 초저가 자체브랜드(PB) ‘5K프라이스’로 판매 중인 복숭아는 7개들이 한 팩에 4980원으로 기존 상품보다 20% 저렴하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되는 물가상승세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1% 올라 두 달 만에 3%대로 복귀했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3.2%였고,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근원물가)는 3.4% 올라 2023년 5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며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점점 줄어드는 점을 감안해 유통·식품업계가 가격 및 용량 정책을 전격적으로 수정하는 모습이다.
실제 업계의 최근 가격 전략은 2022~2023년 일부 식품업체가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만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으로 뭇매를 맞던 것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필요 이상의 크기나 용량의 제품 대신 소용량을 찾는 수요와 초저가 제품의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며 “원부자재 인상가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보다 다양한 소비 기준을 고려한 제품을 기획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