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3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판으로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2조 7000억 원을 투입해 글로벌 펩타이드 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인수하고 기존 항체 중심의 사업 영역을 펩타이드로 넓힌다는 전략이다. 비만 치료제 시장 성장으로 펩타이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성장축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는 최근 3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 자금 가운데 2조 7062억 원은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에, 나머지 2948억 원은 송도 제2 바이오캠퍼스 증설 등에 투입한다. 신주 227만 주를 발행하며 증자 비율은 약 4.9%다.
이번 투자는 기존 항체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펩타이드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펩타이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 등에 활용되면서 글로벌 CDMO 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를 통해 펩타이드 생산 역량을 신속히 확보하고 항체의약품과 메신저리보핵산(mRNA), 항체약물접합체(ADC)에 이어 사업 영역을 한층 넓힐 계획이다.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이 보유한 유럽과 미국, 인도 생산시설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생산·개발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항체의약품 고객사를 대상으로 펩타이드까지 수주하는 교차판매도 인수 후 기대되는 효과로 꼽힌다. 향후 GLP-1 관련 물량 확대와 임상 3상 단계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전환 등이 실제 인수 성과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증자에 대해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가 빠르게 성장하는 펩타이드 CDMO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입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 기준 약 2조 200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예정된 투자를 그대로 집행할 경우 연말 약 5000억 원의 자금이 부족하고, 인수대금을 전액 차입할 경우 부채비율이 80% 후반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펩타이드 인수 외에 생산능력 확대도 추진한다. 회사는 2034년까지 폴리펩타이드그 인수를 비롯해 6·7공장과 제3 바이오캠퍼스, 미국 생산시설 증설 등에 총 15조 4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6공장에 약 1조 9000억 원, 7공장에 약 1조 8000억 원, 제3바이오캠퍼스에는 약 7조 원을 투입한다. 미국 생산시설 증설과 ADC·완제의약품(DP) 등 신규 설비 투자도 예정돼 있다.
다만 3조 원 규모 신주 발행에 따른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과 대규모 투자 이후 실제 실적 개선 여부는 과제로 남는다. 증권가에서는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 이후 실적 기여와 기존 고객사를 활용한 교차 수주가 현실화되는지가 이번 투자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주 설득에도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3일 온라인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유상증자 배경과 중장기 투자계획을 설명했다.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034년까지 약 15조 4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영업 현금 유입이 전망되지만 계획된 투자 사이클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자본 조달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