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79)가 자신에게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빚이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웬만한 자산가도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천문학적인 액수지만, 정작 기요사키는 이 막대한 부채를 ‘부자가 되는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체 무슨 의미일까.
‘부자 아빠’ 기요사키 “내 빚만 1.6조원”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기요사키는 최근 팟캐스트 ‘겟 리치 에듀케이션(Get Rich Education)’에 출연해 “나는 12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투자 방식을 무작정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기요사키는 “내가 하는 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된다”며 “나는 1974년부터 이 방법을 공부해왔다. 부채를 활용하려면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가 언급한 12억달러가 모두 기요사키 개인이 갚아야 할 채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요사키의 전 부인이자 사업 파트너인 킴 기요사키는 최근 미국 매체 배니티페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약 150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동산에 연결된 대출을 모두 합하면 12억달러 수준이지만 기요사키 개인에게 직접 귀속된 부채는 이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기요사키가 이처럼 막대한 빚을 보유한 것은 그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이른바 ‘좋은 빚’ 투자 전략과 맞닿아 있다. 소비를 위해 빚을 내는 것과 달리 수익을 창출할 자산을 사기 위해 부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논리다.
구체적인 방식은 보유 부동산의 가격이 오르면 높아진 자산 가치를 담보로 다시 돈을 빌린 뒤 이를 새로운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다. 부동산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는 대신 담보대출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대출로 받은 자금 자체에는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도 활용한다.
투자 건마다 별도의 유한책임회사(LLC)를 설립해 위험도 분산하고 있다. 특정 부동산 투자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자산으로 위험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구조다. 기요사키는 자신의 투자 방식에 대해 “모든 것이 잘못되면 내 변호사와 이야기하면 된다”며 “이것이 부자들이 게임하는 방식”이라고 배니티페어에 말했다.
‘부자 아빠의 부채’ vs ‘가난한 아빠의 파산’
전문가들은 기요사키처럼 부채를 활용하는 방식 자체는 부동산 투자에서 드문 일이 아니지만 일반 투자자가 섣불리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부동산 투자자인 데이비드 A. 페레즈 세무사는 기요사키의 투자법을 “훌륭한 전략”이라고 평가하며 부동산을 담보로 상당한 규모의 부채를 활용하는 것은 실제 시장에서 흔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컨설팅업체 JPTD파트너스 설립자 존 풀은 ‘12억달러’라는 규모에 주목했다. 그는 뉴욕포스트에 “좋은 부채와 나쁜 부채가 있지만 12억달러의 빚을 지려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는 레버리지가 거꾸로 막대한 손실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레버리지는 자산 가격이 올라갈 때는 아름답게 작동하지만 그 상승세가 이어지지 않으면 재정적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전기톱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 상승이 영원히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기요사키에게는 ‘부자 아빠의 부채’일 수 있지만 평범한 투자자에게는 ‘가난한 아빠의 파산’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기요사키의 사업이 파산을 겪은 전력도 있다. 그가 운영했던 리치글로벌LLC는 2012년 약 2400만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은 뒤 파산을 신청했다.
기요사키는 1997년 출간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전 세계에서 4400만부 이상 팔리며 세계적인 금융·자기계발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에도 부동산뿐 아니라 금과 은, 비트코인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금과 저축보다 수익을 만들어내는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투자 철학을 강조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