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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일하고 퇴근했는데 ‘또’ 일합니다…왜 월급만으로는 불안한가

05.09.2026 1분 읽기

우리 사회의 이슈와 현상을 짚어봅니다. 그 배경과 흐름을 들여다보고 의미를 전합니다. <편집자주>

평일 오후 7시. 회사원 A씨는 퇴근 후 집 대신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세대 창고에서 헬멧을 챙긴 뒤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두세 시간 동안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회사로부터 적지 않은 월급을 받는다. 그럼에도 퇴근 후 다시 일을 시작한다. A씨는 “지금은 월급만으로도 생계 유지가 가능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며 “벌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돈을 더 모아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지난달 오토바이를 렌트했다”고 말했다.

회사원의 하루가 회사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 퇴근 후 음식 배달이나 대리 운전을 하고 주말에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콘텐츠를 제작한다.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비업무시간에는 프리랜서로도 일한다.

과거에도 부업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있었다. 대부분 본업으로 얻는 소득이 충분치 않아 부업으로 충당하는 경우였다. 하지만 이제 부업은 일부 사람들이 갖는 특별한 일자리가 아니라 생계 유지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일상적인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투잡’ 넘어 ‘N잡’…이젠 선택 아닌 필수?

‘N잡’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하나의 직업이 아닌 여러 일을 통해 소득을 얻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본업과 부업, ‘투잡’을 갖는데 그치지 않고 소득의 원천을 여러 개로 나누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 기준 본업 외에 부업을 가진 취업자는 67만 936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해 같은 달보다 2만 3892명 늘어난 것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N잡러’까지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이라고 업계는 추산한다.

부업의 형태도 한층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주로 퇴근 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주말에 별도의 일을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온라인 쇼핑몰 운영, 디지털 콘텐츠 제작 등 선택지가 크게 늘었다.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강의나 컨설팅을 제공하는가 하면, 사진 찍기·그림 그리기·글 쓰기 등의 취미 활동으로 수익을 얻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고 물품 거래나 해외 구매 대행도 부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부업은 더 이상 정해진 시간에 또 다른 일을 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게 됐다.

통장에 찍히는 돈은 늘지만 주머니는 팍팍

퇴근 후 또 다른 일을 하는 이유를 단순히 ‘월급이 적어서’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9만 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했다. 하지만 소득이 늘어난 만큼 실제 소비 여력이 커진 것은 아니었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0.4%에 머물렀다.

월급이 매년 조금씩 오른다고 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주거비와 교육비, 노후 준비 자금 등 앞으로 필요한 돈을 생각하면 지금의 소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구조조정과 조기 퇴직에 대한 불안도 회사원들을 N잡러가 되도록 부추기고 있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언제까지 자신의 소득을 보장해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제2, 제3의 수입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플랫폼이 만든 ‘언제든 일할 수 있는 사회’

이처럼 N잡러가 전성시대를 맞게 된데는 플랫폼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플랫폼을 활용하면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하지 않고도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다.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배달과 대리운전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배민커넥터나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앱을 설치하고 회원 가입을 한 뒤 안전교육을 이수하면 누구라도 음식을 배달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사업장을 구하거나 별도의 장비를 마련하고 고객을 직접 찾아야 했다. 지금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졌다. 예를 들어 도배 기술이 있는 사람은 가게를 내지 않고도 생활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뒤 작업이 가능하다. 회사원이라도 본업 외에 자신이 가진 기술 등이 있다면 비교적 손쉽게 부업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세로 자리잡은 온라인 거래 환경과 활성화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부업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한 몫했다. 직접 만들거나 사들인 제품을 온라인 상에서 판매하거나 블로그와 유튜브 등을 통해 광고 수익을 얻는 일이 가능해졌다. 인터넷과 SNS가 업무 시간과 일하는 장소, 즉 공간의 제약을 허물어뜨린 것이다.

‘회사 몰래 투잡 뛰려면’ 글 봇물…진풍경도

“쿠팡의 경우 한 달에 8일 이상 일하면 4대 보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어 회사에서 눈치챌 수 있으니 7일까지만 해야 한다. 쿠팡이츠는 월보수액이 80만 원 이상이면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된다.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사실은 회사에 자동으로 통보되지 않는다. 본업 외 소득을 포함한 보수 외 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을 넘으면 건강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회사에 자동으로 통보되지는 않는다.”

부업을 하려는 직장인이 늘면서 인터넷상에는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회사에 들키지 않고 쿠팡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는 법이나 대리운전을 하는 방법 등이다. 본업과 부업을 병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세금이나 4대 보험 가입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게시글도 적지 않다. ‘실제 일을 해보니’ 형식의 동영상과 블로그 글들도 많다.

N잡러를 주요 고객으로 한 다양한 사업도 등장했다. 배달 부업을 위한 오토바이 대여 서비스부터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의까지 관련 상품과 서비스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미지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수익화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강의도 나왔다. 부업뿐 아니라 부업을 위한 교육과 컨설팅까지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부업으로 돈만 번다? 아니 난 능력도 키운다

기업과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능력이 달라진 점도 N잡 확대에 날개를 달아줬다. 과거의 회사는 소위 ‘다른 짓(부업)’을 하지 않고 회사 일만 착실하게 수행하는 인재를 원했다. 지금까지도 사규에 겸업금지 조항을 두고 부업을 못 갖게 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 사회에서는 좋은 회사에 들어가 오랫동안 일하는 것이 안정적인 삶으로 가는 대표적인 경로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기업은 직원이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개인 브랜드를 구축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것이 곧 회사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직원의 입장에서는 자 신의 기술과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동시에 부업을 통해 새로운 경력을 쌓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능력을 키우면 언젠가 회사를 떠나게 됐을 때 그 능력이 곧 자신의 경쟁력이 됨은 물론이다.

이런 변화는 ‘직업’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 한 사람이 하나의 직업만 갖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에서 여러 개의 일을 동시에 하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모든 사람이 이 변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 기술이 있거나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다양한 부업을 선택할 수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육체적인 노동이나 단순 업무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가 된다.

흐려지는 쉬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의 경계

문제는 ‘언제든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언제든 일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퇴근 후 시간이 명확하게 휴식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 편안한 휴식을 줬던 집이 곧 일터가 되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보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눈에 띈다. 조금만 더 일하면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휴식 시간을 업무 시간으로, 집을 일터로 바꾸게 된다.

앞으로 부업을 하는 사람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은 계속 새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은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손쉽게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일을 돕는다. 기업 역시 하나의 조직에 평생 머무르는 근로자를 전제로 움직이지 않는다. 개인에게도 스스로 경력을 관리하고 새 능력을 개발하라고 요구한다.

개인 역시 미래를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거나 새 능력을 키우려 한다. 쉬는 것보다 자기 계발과 추가 수입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부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본업과 부업을 병행하면 휴식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하루를 보낸 뒤 다시 일을 시작하는 생활이 반복되면 피로가 쌓인다. 주말에도 충분히 재충전하기 어려워진다.

“N잡, 성장 발판될 수 있게 제도 마련해야”

리크루팅 업계 관계자는 “N잡이 개인에게 새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일과 휴식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업과 정부는 부업을 무조건 제한하기보다 여러 일을 병행하는 사람이 늘어난 현실을 반영해 개인이 정당하게 다양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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