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술인 기초생활보장에 311억 원을 투입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청년문화패스’ 지원 대상 전면 확대에 7925억 원을 배정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7년도 정부 예산안 가운데 문체부 예산은 9조 6349억 원으로 편성됐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올해(본예산) 대비 1조 7790억 원(22.6%) 늘어난 규모다. 문체부 예산안이 9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국가예산 대비 문체부 예산 비중은 1.17%로, 올해(1.08%)에 비해 0.09%포인트 커졌다. 문체부 측은 “증가율이 정부 전체 총지출 증가율(12.8%)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2000년에 문화예산(문화재정, 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 등) 비중이 전체 예산의 1%를 돌파한 이래 문체부 예산안이 20%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라며 “K컬처 육성을 향한 국민주권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예산안에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문별로는 문화예술 부문에 올해보다 44.6% 증가한 3조 8545억 원을, 콘텐츠 부문에 9.5% 증가한 1조 7719억 원을 편성했다. 관광 부문에는 18.8% 증가한 1조 7581억 원을, 체육 부문에는 7.9% 증가한 1조 8333억 원을 책정했다.
내년 예산 가운데 문화예술 부문이 40% 이상 늘어났는데 예술인 창작안전망과 기초예술 투자에 중점을 뒀다. 문체부는 “예술인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일반 직장인 수준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예술인 기초생활보장 지원 예산을 올해 15억 원에서 내년 311억원으로 확대해 산재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을 늘리고, 건강검진 비용도 새로 지원한다.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융자도 늘린다. 생활자금은 14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전세자금은 140억 원에서 400억 원으로 확대된다.
기초예술 창작에 대한 투자도 강화한다. 신규 추진되는 지역예술활성화 사업에는 215억 원이 반영됐다. 각 지역 문화재단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신진·유망 예술인 창작지원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신청하면, 국비와 지방비를 적정한 비율로 매칭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창작된 우수한 작품이 국민과 만나는 기회도 넓힌다. ‘우리동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소형 공연의 지역순회 지원을 늘리고(278억 원→373억 원), 국립중앙박물관 지역 순회전 예산(45억→133억 원) 등도 추가 반영됐다. K문학의 해외 진출을 위한 한국문학번역원 지원 예산도 올해 249억 원에서 내년 344억 원으로 증액됐다.
특히 청년문화예술패스는 ‘청년문화패스’로 이름을 바꿔 전면 확대 시행한다. 지원 대상을 현행 19∼20세에서 내년 19∼34세(청년기본법상 청년 대상)로 넓히고, 활용처도 공연·전시·영화·도서에서 체육까지 포함하도록 했다. 관련 예산은 361억 원에서 7925억 원으로 대폭 상향됐다. 1인당 국비 지원액은 수도권 10만 원, 비수도권 15만 원이다. 내년 예산 증가분 7500여억 원은 내년 문체부 예산 증가분의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아울러 예비예술인 현장역량 및 예술생태계 강화(59억→133억 원), 문화예술기관 연수단원 지원(85억→159억 원) 등 청년 일자리와 해외 활동 기회 확충을 위한 예산도 반영됐다.
정부는 또 콘텐츠 정책금융을 대작 지식재산권(IP)과 해외 진출 중심으로 재편해 정책금융 시장에 역대 최대인 약 2조 2000억 원을 공급한다. 대규모·전략적 투자를 위한 콘텐츠 전략 펀드는 650억 원에서 1300억 원으로 늘리고,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글로벌리그펀드는 6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출자 규모를 늘린다.
R&D 예산도 늘렸다. 내년 문체부 연구개발(R&D) 예산안은 1774억 원으로 올해보다 17.1%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K컬처 라이브 공연 향유 경험 혁신 기술개발’(250억원) 사업을 진행하는데 이는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를 멀리 떨어진 특수관, 극장 등에서 현장에 있는 것처럼 즐길 수 있는 기술이다. 이는 문체부가 2003년에 R&D를 시작한 이래 처음 추진하는 대형 과제다.
‘메가 관광권’으로 불리는 지방공항 중심 관광권 조성을 위한 예산도 확대됐다. 지방국제공항이 있는 도시를 중심으로 국비 659억 원, 지방비 276억 원 등 총 935억원을 투자해 인근에 특화 관광자원을 보유한 연계 도시를 연결하는 전략이다. 김해공항·대구공항·청주공항·무안공항·양양공항 등 연내 5개 관광권을 설정해 집중 육성한다.
K컬처를 활용한 방한 마케팅과 편의·환대 개선에 총 1487억 원을 투입한다. 특히 인플루언서와 SNS 중심 홍보 대전환과 대형 이벤트를 활용한 방한 관광 홍보를 위해 올해보다 21% 증액된 419억 원을 편성했다. 국민여행 지원도 확대한다.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으로 떠날 경우 경비를 지원하는 ‘지역사랑 휴가지원’은 정부 지원 비율을 상향(보조율 30→50%)하고 혜택 인원도 20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늘린다. 정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숙박업 정보를 한데 모으는 숙박정보 통합플랫폼 구축에는 신규로 16억 원이 배정됐다.
안전한 스포츠 환경 조성을 위한 예산이 늘어났다. 노후 공공체육시설의 개·보수 예산을 953억 원에서 2558억 원으로 확대 지원한다. 특히 안전과 직결되는 긴급 보수는 국고보조율을 50%에서 70%로 높였다. 전문체육 공정성 강화를 위해 국가대표 훈련 지원 예산(689억→788억 원), 국가대표 선수촌 운영 예산(432억→571억 원)도 반영됐다.
심판 운영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상임 심판을 네 배 이상 늘려(137명→586명) 특정 협회나 구단이 아닌 공적 체계 안에서 심판이 활동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53억 원에서 내년 201억 원으로 예산이 확대됐고 AI 활용 판정보조장비 지원에는 내년 신규로 50억 원이 배정됐다.
한편 청년문화패스가 너무 많다는 지적과 함께 문화 R&D가 너무 적다는 비판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청년문화패스의 경우 ‘일회성’ 활동에 너무 많은 자금이 투입된다는 이유다. 야당 등에서 ‘쌈짓돈’으로 지적하는 미래대응기금에서 재원이 나온다는 점도 논란이다.
김정훈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은 이 사업에 대해 “청년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준다는 범위를 넘어 이들을 문화소비를 통해 지역 문화 활성화, 기초 예술과 콘텐츠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거꾸로 문화 R&D는 너무 적다는 불만도 여전하다. 내년 문화 R&D는 1774억 원으로 올해보다 17.1% 늘었다. 문체부 예산 증가율보다 낮다. 특히 내년 전체 정부의 R&D 예산 39조 5000억 원의 0.45%에 불과하다. 문체부 예산 비중보다 낮은 실정이다. 문화기술(CT)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추가 재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