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된장찌개가 먹고 싶어요. 그걸 먹으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명복(변요한)은 요리법을 잃은 엄마 순애(이정은)에게 간절한 마음을 전한다. 엄마가 아들을 안아주며 “그래, 오늘 된장찌개 맛있게 끓여줄게”라고 말할 것 같지만 “싫다. 누군가의 밥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며 단호하게 거절한다.
고리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은 어느 날 갑자기 요리법을 완전히 잊어버린 엄마 순애를 위해 아버지 하응(정진영)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요리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천만 영화 ‘왕의 남자’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의 첫 숏드라마라는 점에서 제작 발표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입맛이 까다로운 하응은 ‘밥상의 폭군’으로 불릴 정도로 아내를 괴롭혔다.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온 그는 순애가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요리를 못하게 되면서 직접 밥을 차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직접 장을 보고 가족들의 입맛에 맞게 집밥을 만들면서 가족을 위해 평생 밥을 해온 아내의 수고와 사랑을 깨닫는다.
이준익 감독 특유의 미장센을 비롯해 은유, 상징, 깊이 있는 메시지 등은 도파민을 자극하는 기존 숏드라마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세로형 숏드라마지만 예스럽고 정감 있고 따뜻한 정취가 물씬 풍긴다. 특히 짧은 호흡의 형식 안에서도 인물들의 감정과 공간의 온기는 물론 웃음까지 담아낸 이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다. 따뜻함이라는 도파민이 온기가 되는, 소소하지만 위대한 드라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제작비 5억 원 규모의 작품으로 정통 영화감독이 숏드라마라는 새로운 형식에 도전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숏드라마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숏드라마가 자극과 속도만으로 승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9일 극장에서도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