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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의 승패를 가르는 ‘접근성’

04.09.2026 1분 읽기

미국에서 로비는 특별하거나 부도덕한 일이 아닌 현실 정치의 단면이다. 선거가 사람을 바꾼다면 로비는 규칙을 바꾼다. 사실상 미국에서는 모두가 로비를 한다. 대기업, 시민단체, 종교단체, 노동조합, 대학과 지방정부 등 가릴 것 없이 로비를 통해 정보를 얻고, 이익을 극대화하며, 리스크를 줄인다.

신간 ‘액세스’는 이러한 미국의 로비 시장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 소장, 현대차 글로벌정책전략실장 전무를 역임한 외교·안보 전문가인 우정엽 허드슨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이다.

저자는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미국 중앙 권력에 접근하고 이해관계를 정책에 반영하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로비라는 ‘창’을 통해 미국 정치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주면서 “관세 한 조항, 규제 한 줄이 수조 원의 매출을 좌우하는 시대에 미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제대로 상대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로비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쿠팡은 과연 어떻게 미국 의회를 움직였을까. 중국 틱톡은 최정예 로비팀을 꾸리고도 왜 강제 매각을 막지 못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자리한 엔비디아·구글·애플·메타는 왜 워싱턴DC에 막대한 돈과 인력을 쏟아부을까. 일본·이스라엘·대만은 어떻게 미국을 우군으로 만들었을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차분히 담겼다.

특히 로비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에 주목한다. 바로 ‘접근권(access·액세스)’이다. 돈이 중요하지만, 돈만으로 정책을 움직일 수는 없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정책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또 자신의 이해관계를 어떠한 논리와 언어로 전달하는지도 중요하다. 책은 워싱턴의 로비스트들이 어떻게 접근권을 확보하고, 어떤 방식으로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생생하게 담았다.

“이제부터는 미국에서 로비를 부패나 음모라는 익숙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 로비는 헌법이 보장한 청원권에서 출발한 합법적 정치 활동인 동시에 돈과 정보, 관계와 접근권의 차이가 영향력의 차이로 이어지는 거대 산업이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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