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앞두고 올해도 한강공원 ‘명당’을 미리 선점한 뒤 돈을 받고 넘기는 이른바 ‘자리 장사’가 반복되고 있다. 판매자들은 며칠 전부터 대신 자리를 지켜주는 ‘노동의 대가’라고 주장하지만 시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하는 공공공간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행정기관의 대응이다. 영리 목적의 자리 선점을 왜 막지 못하느냐고 비판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법적 근거와 판단 기준이 부족하다며 계도에 의존하고 있다.
4일 서울세계불꽃축제를 하루 앞둔 여의도한강공원 잔디밭에는 오전부터 돗자리가 빼곡히 들어섰다. 주인 없는 돗자리에는 생수병이 놓여 있거나 ‘치우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경기 파주에서 온 김선정(29) 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자리를 잡아주겠다는 글을 봤는데 10만 원을 달라고 해 포기했다”며 “돈이 없으면 행사조차 즐기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한강공원 잔디밭 등의 자리를 대신 맡아주겠다며 10만~30만 원을 요구하는 글이 잇따랐다. 판매자들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이틀 이상 현장에서 자리를 지키는 데 대한 대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십만 원의 값이 붙는 것은 결국 시민 모두에게 열린 공간의 좋은 위치를 먼저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공공공간의 사적 점유 논란은 불꽃축제에 그치지 않는다. 휴가철 해수욕장의 ‘알박기 텐트’, 무료 공영주차장의 캠핑카·카라반 장기 주차, 계곡과 하천에 평상과 천막을 설치해 사실상 영업공간으로 사용한 사례도 같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형태는 달라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공간을 일부가 장기간 또는 영리 목적으로 사실상 독점한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단속이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서울시는 사람이 없는 돗자리를 수거하고 한 시간마다 자리 선점 자제를 요청하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직접 앉아 있으면 자신의 관람을 위해 기다리는 것인지, 돈을 받고 자리를 대신 맡는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빈 돗자리도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인지 장시간 선점한 것인지 가를 기준이 없다. 뚜렷한 근거 없이 개인 물품을 강제로 치우면 재산권 침해 논란도 생길 수 있다.
다른 공공공간도 사정은 비슷하다. 무료 공영주차장의 캠핑카 장기 주차는 법 개정으로 제한 근거가 마련됐지만 실제 주차 기간을 확인하기 어렵고 견인·보관 공간과 인력 부족도 문제다. 해수욕장 ‘알박기 텐트’ 역시 한동안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계도에 의존하다 논란이 반복되자 2023년 해수욕장법이 개정돼 일정 요건에서 관리청이 직접 제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계곡의 불법 평상도 관련 법령에 따른 무단점용·불법시설 단속을 통해 철거가 이뤄졌다.
이 때문에 공공공간의 새로운 점유 방식이 등장할 때마다 ‘단속 근거가 없다’며 행정이 뒤늦게 대응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적 근거 없이 시민의 행동을 제한할 수는 없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영리 목적의 공간 선점과 정상적인 이용을 구분할 기준을 만들고 조례나 시설 이용규정을 보완하는 것 역시 지자체의 역할이라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6월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요구를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현장 속으로 들어가 선제적으로 찾아서 개선하는 적극 행정”을 주문했다. 일선 지자체가 기존 규정의 한계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기준과 대응 수단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강공원같이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곳에서는 개인이 점유해 자리를 되팔지 못하도록 지자체별로 조례 등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계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신고센터 운영 등 실질적인 관리 수단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