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 아래 중앙행정기관의 지방 이전에 속도를 낸다. 우선 내년 상반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를 세종으로 옮기고 향후 검찰청·경찰청과 외교부·통일부까지 단계적으로 이전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4분기 확정될 이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잔류 최소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올해 4분기 중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이전 규모가 크거나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기관부터 옮길 방침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행복도시법 개정 등의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해 내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성평등가족부 등 규모나 이전 효과가 큰 기관을 우선해 순차적으로 이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일부 중앙행정기관을 지방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행복도시법 개정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다만 모든 기관을 한꺼번에 옮기지는 않는다. 기관별 업무 여건과 준비 상황을 고려해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인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윤 장관은 “검찰청(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경찰청 등 별도의 청사가 필요한 기관은 청사 신축 이후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와 통일부도 향후 이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대통령실이 이전하는 2030년 또는 국회 세종 분원이 개원하는 2033년 등에 맞춰 이전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날 구체적인 이전 계획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대상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다. 윤 장관은 그간 유력한 지방 이전 대상으로 거론돼온 금융위가 발표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 “오늘 발표에 없다고 해서 제외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올해 4분기 중 이전 계획과 이전 대상 기관을 최종 확정해 고시하겠다”고 답했다.
정부는 금융 관련 기관의 지방 이전을 통해 지역 내 산업 집적 효과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윤 장관은 전북 전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이전한 뒤 금융 관련 기관들이 전주권에 모인 사례와 원주의 의료 산업 집적 등을 모범 사례로 들며 “이런 변화를 더욱 강화·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수도권 잔류 최소화’ 방침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8위 금융 중심지로 올라선 서울의 경쟁력을 정부가 스스로 흔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4일 서울 광화문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 예정이다. 노조 사전 집계 기준 2만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상호금융 등 산하 42개 지부가 참여할 계획이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사와 금융정책·감독 기관, 전문인력이 가까이 모여 정보를 나누고 빠르게 판단하는 게 곧 집적 효과이자 경쟁력”이라며 “금융위와 금감원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금융사들도 이들 기관을 찾아 이동해야 하고 그에 따른 비용 역시 금융사에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무원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책도 마련한다. 특히 이전 거리가 멀고 시기가 빠를수록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초 10~11월로 예정됐던 2차 이전 계획 발표가 4분기로 늦어진 데 대해 “공론화와 지방정부·노조와의 소통이 필요했고 중간에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어 더 늦출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