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7월 말까지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280만여 명. 이 가운데 일본과 중국·대만에서 온 관광객이 약 768만 명으로 전체의 59.9%에 이른다. 가까운 데다 K컬처의 영향력이 큰 지역인 만큼 한국 방문 수요가 크다. 특히 대만의 경우 7월까지 누적 방문객 수 증가율이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93.8%로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최근에는 여러 차례 한국을 다녀가는 재방문이 늘고 있어 이 세 나라는 당분간 한국 인바운드 관광 시장의 중심축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해당 국가의 정세나 경제 상황 등에 그대로 흔들린다. 한국관광공사가 중앙아시아부터 북미·유럽 등 여러 대륙, 여러 국가에서 활동하는 이유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에게 중국과 일본·대만을 잇는 다음 공략 시장을 묻자 주저 없이 “유럽”이라고 답했다.
박 사장은 “유럽 관광객들은 체류 기간이 전체 외래 관광객 평균과 비교해 4.9일이나 길다”며 “오래 머무는 데다 지출액도 27.5% 많고 지역 방문율 또한 평균보다 30.1%포인트 더 높다”고 말했다.
유럽 지역은 방한객 수만 보면 올 1~7월 기준 87만여 명으로 대만(약 141만 명)의 절반을 조금 넘고 미국(약 96만 명)에 못 미친다. 다만 성장률은 가파르다. 올해 7월까지 전체 방한객 증가율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29.5%이지만 유럽의 경우 42.9%로 평균을 뛰어넘는다.
박 사장은 “유럽은 전 세계에서 제일 큰 여행 시장을 갖고 있다”며 “아주 야심 차게 본다면 중국·일본 시장 다음 시장으로 유럽을 키워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대만보다 더 큰 인바운드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항공 여건은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이 인천~코펜하겐 직항을 열며 한국과 북유럽을 직접 연결했다. 첫 항공편 탑승률이 99%에 달했고 SAS는 올해 6월부터 운항을 주 6회로 늘렸다. 동유럽과 서유럽 노선도 올해 들어 잇따라 보강됐다. 4월 아시아나항공이 인천~부다페스트에 주 3회 신규 취항하면서 기존 대한항공 운항편과 합쳐 매일 운항 체계가 완성됐다. 같은 달 영국 버진애틀랜틱은 인천~런던 노선에 취항했다.
항공사가 먼저 움직이는 만큼 공사도 바빠지는 분위기다. 박 사장은 “항공사들의 움직임에 맞춰 관광공사도 현지에 마케팅을 지원하면서 수요를 계속 만들어줘야 한다”며 “그래야 해당 노선이 유지되면서 지속적으로 관광객이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선이 열려도 그 비행기를 채울 손님이 없으면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가 관광을 산업으로 보게 된 계기도 유럽에서의 체류 경험이 한몫했다. 민간에서 33년을 일하며 17년을 해외 주재원으로 보낸 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보며 관광의 힘을 체감했다. 박 사장은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로 알려졌을 뿐 관광 도시는 아니었던 바르셀로나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라는 글로벌 콘퍼런스를 유치하면서 도시가 천지개벽을 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유럽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2028년 외래 관광객 3000만 명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얻고자 하는 것도 이 같은 산업 효과다. 그는 “관광은 현재 국내 수출 산업 가운데 8위 규모로 추정되는데 관광객 3000만 명을 달성하면 반도체·자동차·화학에 이어 4위로 올라서게 된다”며 “국가에 새로운 주력 수출 산업이 탄생하는 것이고 그 수혜는 지방으로 확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