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의 이중 충격이 우리 경제를 덮쳤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3.1% 올라 2개월 만에 3%대로 재진입한 가운데 미국·일본 등 주요국 국채금리까지 기록적으로 치솟아 국내 금리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주춤했던 물가가 뛴 데는 지난해 통신비 할인의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 하지만 정부의 석유 가격 통제 효과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이 3.6%에 달했을 정도로 중동 전쟁에 따른 물가 부담도 여전하다. 미국 ·이란의 교전 재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도 부담스럽다. 고유가와 주요국의 재정 악화 우려에 1일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4.81%까지 치솟았고 일본의 10년물 금리는 30년 만에 3%를 돌파했다. 영국 ·독일 10년물도 10여 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상황에서 글로벌 고금리 ‘쓰나미’까지 몰아치면 기업은 물론이고 2000조 원이 넘는 부채를 끌어안은 가계에 직격탄이 우려된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빚 상환을 못 하고 채무 조정을 받은 차주는 올 상반기에만 10만 명에 육박했다. 앞으로 물가·금리 상승 압력이 가중되면 더 많은 취약 차주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기업 상황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하면서 6월 말 기준 은행 부실채권은 8년 만에 최대인 18조 9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고물가·고금리로 경제의 ‘약한 고리’에 누적된 부담이 터지면 금융 시스템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와중에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역대 최대인 820조 9000억 원으로 확정했다. 한은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3.3%, 2.9%로 대폭 상향했는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은 ‘성장 보릿고개’”라며 재정 확대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물가를 자극하고 통화 긴축 효과를 상쇄하면 통화 당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기조를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은 가계와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통화 ·재정정책 엇박자가 초래할 대외 신뢰도 하락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재정을 동원한 성장보다 금리 ·부채 리스크 관리가 시급한 때다. 정부는 무리한 돈 풀기를 자제하고 안정적 통화 관리를 위해 한은과의 정책 공조에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