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계약서에 분양사업자가 시정명령을 받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더라도 위반사항의 경중을 따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계약서 문언에 없는 위반사항의 중대성 등을 해제 요건으로 삼기 어렵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11단독 정인섭 부장판사는 이달 1일 A씨가 B신탁사와 시행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분양대금 반환 및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건은 분양사업자들이 분양광고에 교육환경보호구역 설정 여부를 잘못 기재하면서 불거졌다. 건축물분양법 제6조 제2항 등에 따르면 분양광고에는 교육환경보호법에 따른 교육환경보호구역 설정 여부를 포함해야 한다. 그러나 분양사업자들은 상대보호구역에 해당하는데도 ‘교육환경보호구역에 해당하지 않음’으로 잘못 기재했다. 이후 해당 내용을 실질적으로 시정했지만 시정명령을 받았고, 이에 불복하지 않아 명령이 확정됐다. A씨는 이를 이유로 분양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등을 청구했다.
쟁점은 시정명령을 받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해석할 때 위반사항의 경중 등을 고려할 수 있는지였다. 앞서 대법원은 이러한 해제조항의 문언상 위반사항의 경중이나 계약 목적 달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해제권 발생 여부를 따지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하급심 재판부는 해당 대법원 법리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시정명령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해제하려면 시정명령 당시까지 위반 상태가 남아 있고, 해당 위반이 계약의 체결·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경미한 위반만으로 계약 해제를 허용하면 분양사업자와 시공사, 다른 수분양자에게 과도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다.
정 부장판사는 “이미 위법 상태가 해소된 이번 사건에서는 사업자가 불복하지 않아 시정명령이 확정됐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해제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