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으로 내려간 지 7년이 넘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우수 개발자를 잡기 위해 신설 조직의 사무실을 수도권으로 정한 배경에는 대기업과 공기업·연구기관·대학·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번지는 인력난이 깔려 있다. 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국정 목표인 균형 성장에 맞추려면 조직의 본거지를 비수도권에 둬야 하지만 수도권에 사무실이 없으면 당장 성과를 낼 우수 인재를 구하기가 어려운 현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인재 쏠림 현상은 특히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국가 핵심 기술 및 연구개발(R&D)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되는 현상이다. 2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2025년 기업 연구 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가전략기술 분야 기업연구소 8569개 중 소재지가 수도권인 연구소는 5444개(63.5%)에 달했다. 연구소 3곳 중 2곳은 수도권에 위치한 셈으로 협회는 “우수 연구 인력 확보의 용이성, 대기업 및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과의 접근성, 투자·금융 인프라 집중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6월 말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 보고회에서 직원들의 주거·문화·의료·교육 인프라 개선을 반도체 팹의 지방 안착을 위한 주요 요건으로 꼽기도 했다.
직장이 비수도권으로 이전하자 퇴사를 한 사례도 적지 않다. 충북에 소재한 한 출연연 관계자는 “육아휴직 대체 인력이나 계약직 연구원 등 1~2년 단기 인력을 채용할 때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 7월 수도권에서 본원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정부 지시로 인해 중단된 이후에 그만둔 인력도 생긴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가 정부의 제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업 당시 지방으로 옮겨간 97개 기관의 2010~2025년 정원 및 퇴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퇴사자 수는 이전 전 38명에서 이전 후 60명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 콜즈다이나믹스의 강종수 대표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등에서 노하우를 쌓은 시니어·리더급 인재들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인재들은 쉽게 수도권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며 “지방에 창업한 기업들 대부분이 등기부등본상 본사는 지방에 두고 수도권에 사무소나 연구소 명목으로 더 큰 조직을 만드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니어급 개발자의 경우 이직 때 함께 일한 우수 동료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도 다반사인 만큼 기업이나 연구소 입장에서는 커뮤니티가 잘 형성된 수도권에 입지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경기 성남시 정자역 인근으로 본사를 이전한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의 경우 신규 오피스를 물색하면서 판교 아래 지역은 입지 후보군으로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도권 인재 쏠림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3대 메가 프로젝트 및 5극 3특 권역별 성장엔진 육성,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업 등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정부 전략이 모두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비수도권에 전력·용수·도로 등 공장 가동을 위한 인프라가 모두 갖춰져도 인재가 유입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백승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차 공공기관 이전은 혁신도시의 인구와 고용을 증가시켰지만 2023년부터 혁신도시 인구가 순유출로 전환되는 등 파급효과의 규모와 범위에 한계가 있었다”며 “특히 공공기관 이전 완료 이후 직업을 이유로 순유출되는 인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혁신도시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이 부족함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 인재 편중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빠르게 실천해볼 만한 대안은 지방 중소기업 청년의 거주 및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특히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내일채움공제와 같은 자산 형성 모델을 지역 특화형으로 확대하는 등 정부가 지방 소재 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에 대한 지원을 더욱 과감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