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왕사남’ 이어 올해 두 번째 천만 초읽기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오디세이’가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오디세이’는 거장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작품으로 명작이지만, 과연 한국에서도 통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왕사남’, ‘군체’, ‘살목지’, ‘호프’ 등 잇달아 히트작이 나오면서 영화 시장이 살아나고 있었지만, 과연 서양의 고전에 얼마나 많은 한국 관객이 관심을 가질지 확신은 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러닝타임이 3시간에 달하는 점도 악조건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디세이’는 먼저 개봉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보다 천만 영화에 더 빠르게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스파이더맨’은 ‘오디세이’보다 먼저 누적 관객 800만 명을 기록했지만, 최근 역전됐습니다. 8월 31일 현재 ‘스파이더맨’의 누적 관객은 854만 명, ‘오디세이’는 886만 명입니다.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선 ‘스파이더맨’ 압승
관객 고령화, 아이맥스 희소성 흥행 요인
하지만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는 ‘스파이더맨’의 압승입니다. ‘스파이더맨’의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은 23억3250만 달러로, ‘오디세이’의 15억5260만 달러를 크게 앞섭니다. ‘오디세이’는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7월 15일 개봉한 데 이어 한국에서는 8월 5일, 중국에서는 8월 15일 각각 개봉했습니다. ‘스파이더맨’은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글로벌 개봉했습니다.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파이더맨’이 압도적인 흥행을 거뒀지만, 한국에서는 ‘오디세이’가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요?
이유는 바로 한국 관객의 특징에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극장에 누가 오느냐’가 흥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젊은 관객만으로 극장 시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극장을 떠났던 중장년층과 고령층을 다시 움직이는 것이 시장 회복의 중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50대 이상 관객은 ‘스파이더맨’과 ‘오디세이’ 중 과연 어느 작품을 선택했을까요?
“‘명랑’ 이후 20년 만에 극장 구경” 노년층 극장 찾아
‘왕사남’ ‘오디세이’, ‘스파이더맨’ 보다 관객 확장성↑
이 과제를 가장 극적으로 풀어낸 작품이 바로 ‘왕과 사는 남자’입니다. 역사적 소재를 다룬 이 작품은 과거의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가족과 관계, 갈등과 화해 등 동시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담아냈습니다. 고전적인 역사물의 외피에 현재의 감수성을 입힌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관객층도 넓어졌습니다. 특히 60대 이상 관객이 다시 극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명량’ 이후 20년 만에 극장 구경 왔다”는 노년층 관객이 나올 정도로 새로운 관객이 유입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영화 보러 간다’는 표현보다 ‘극장 구경 간다’는 말이 더 익숙했던 세대입니다. 그만큼 오랜 시간 극장을 찾지 않았던 관객들이 다시 극장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왕사남’은 현재 1691만 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명량’의 1761만 명에 이어 역대 흥행 2위에 올랐습니다. 단순히 한 편의 영화가 성공했다는 의미를 넘어, 한국 극장가에서 잠재 관객으로 남아 있던 고령층을 움직일 경우 시장의 크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오디세이’ 역시 고전에서 출발합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바탕으로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대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만의 영화 문법으로 이를 재해석했습니다. 인간의 선택과 귀환, 가족과 관계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현재의 관객에게 전달하며 고전과 관객 사이의 시간적 거리를 좁혔다는 평가입니다.
‘용아맥’ 열풍에 암표, 스크린쿼터 등 제도 개선 논의도
관객 연령대 확장성·희소성 개봉작 마케팅 포인트 작용
여기에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까지 더했습니다. ‘오디세이’는 대형 스크린과 아이맥스 관람에 최적화된 영화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특별관을 중심으로 관람 열기가 커졌습니다. 이른바 ‘용아맥’ 열풍은 이를 상징합니다. 제한된 좌석에서 최상의 환경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욕구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면서 영화 관람 자체가 하나의 경험으로 확장됐습니다. 여기에 ‘나만 못 보면 어쩌나’ 하는 이른바 ‘포모(FOMO) 심리’까지 겹치면서 ‘용아맥’과 ‘오디세이’ 열풍이 더욱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은 ‘나만 못 보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높은데, 이러한 성향이 ‘용아맥’ 인기에 화력을 더한 것입니다.
‘오디세이 용아맥’ 열풍은 제도까지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암표가 30만 원 넘게 거래되자 CJ CGV는 한 번에 4매, 하루 최대 4매로 예매를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정부도 공연과 스포츠 분야 암표에 최대 50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데 이어, 영화 암표에도 엄정 대응하겠다는 개정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결국 ‘확장성’과 ‘희소성’이 올해 한국 극장가의 두 가지 흥행 키워자이자 앞으로 개봉할 영화들의 주요 마케팅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와 ‘오디세이’의 한국 내 역전은 이런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흥행력을 가진 프랜차이즈가 반드시 한국에서도 같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세계적인 지식재산(IP)의 규모보다 한국 관객에게 극장에 갈 만한 이유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에서 이 문제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극장 산업이 젊은 관객을 다시 불러오는 데만 집중해서는 시장의 외연을 넓히기 어렵습니다. 한동안 극장을 찾지 않았던 고령층까지 움직일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대체하기 어려운 대형 스크린과 특별관 등 극장만의 경험도 강화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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