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정된 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을 노동쟁의 개념에 포함시켰다. 이는 노사 관계 법령상 하나의 조문 변화를 넘어 헌법상 근로자의 노동3권과 기업 경영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현장의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의 법체계와 헌법적 가치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그 파괴력이 심상치 않다. 경영상 결정에 대해 의무적 교섭이나 파업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는 이유는 확고한 대법원 판례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은 그간 경영권 보호의 법리를 확고히 해왔다. 일관된 판례를 통해 기업의 신규 투자, 구조조정, 사업 통폐합 등 고도의 경영상 판단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를 반대하기 위한 파업은 정당성을 상실한 불법 쟁의라고 판단해왔다. 경영상 판단은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의 존립을 위해 경영 주체가 전권을 가지고 신속하게 결단을 내려야 하는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 노조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이라는 포괄적인 문언을 사용함으로써 그동안 대법원이 단체교섭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해온 고도의 경영상 판단까지 쟁의 영역으로 포섭할 여지를 뒀다. 이는 사법부가 오랜 기간 구축해온 경영권 보호의 법리적 기준과 충돌해 현장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나아가 이는 헌법상 기본권 충돌의 문제로 직결된다. 노동3권이 헌법 제33조에 의해 보장되는 근로자의 핵심 기본권이듯 경영권 역시 헌법 제15조와 제23조가 보장하는 직업의 자유와 재산권에 기초한 헌법적 권리다. 헌법 체계상 두 기본권이 충돌할 때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양자가 공존할 수 있도록 규범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규범조화적 해석’이 원칙이다. 경영상 결정에 대해 의무적 교섭 대상으로 삼은 후 노사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이를 파업의 뇌관이 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노동권의 확대를 위해 경영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더드, 특히 미국 연방대법원의 ‘비교형량의 원칙(Balancing Test)’은 우리 법제에 합리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퍼스트 내셔널 메인터넌스(First National Maintenance)’ 판결에서 사업 폐지나 투자 결정 등이 근로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원칙적으로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에서 배제된다고 판단했다. 단체교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노사 관계의 이익이 의사 결정의 신속성과 유연성 등 사용자가 짊어져야 할 경영상 부담보다 명백히 클 때만 예외적으로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기준을 세운 것이다. 이는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과 단체교섭의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비교해 교섭 대상 여부를 제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리다.
사용자의 고유한 경영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노동권과의 균형을 이루려면 교섭 대상이 되는 경영 판단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보완적 해석은 필수다. 정부는 조만간 발표될 최종 해석지침을 통해 신규 투자, 공장 증설, 사업장 이전 등 기업의 존립·성장과 직결된 고도의 경영 판단 사항들이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됨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노조법 자체의 개정이 필요하다. 사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헌법상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정부의 전향적인 가이드라인 마련 내지 법 개정을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