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과 고령화 대응을 위해 편성된 88조 원대 인구정책 예산이 24개 부처에 흩어져 집행되면서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조정 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구 문제는 출산·양육뿐 아니라 복지와 고용과 교육 등 사회 전반과 연결된 복합 과제인 만큼 개별 부처 중심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재정학계에 따르면 김평식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정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 김영직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박사과정은 최근 발표한 논문 ‘인구정책 예산 사전심의제도 도입의 필요성 및 방안’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연구진은 2025년 저출산·고령사회 시행계획 중앙정부 예산을 분석해 인구정책 예산의 부처별 분산 구조와 조정 필요성을 살폈다. 분석 대상 예산은 약 88조 3000억 원 규모로 정부 총예산의 13% 수준이다.
현재 인구정책은 283개 사업을 24개 행정기관이 나눠 추진하는 구조다. 여러 부처가 예산과 사업을 분담하면서 정책 목표와 개별 사업 간 연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출생 분야는 다부처 협업 구조가 두드러졌고, 일부 고령화 분야는 특정 부처 중심으로 운영됐다.
연구진은 부처별 사업이 전체 인구정책 목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평가하기 어렵다며 정책 목표 중심의 조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각 부처가 예산안을 제출하기 전 총괄 기관이 사업 중복 여부와 우선순위를 검토하는 ‘인구정책 예산 사전심의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현재 국가 연구개발(R&D), 재난안전, 공적개발원조(ODA) 분야는 별도의 예산 조정 체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보다 큰 규모의 인구정책 예산에는 같은 기능이 없다는 게 연구진의 지적이다.
연구진은 제도 운영 방안으로 △임신·출산·양육 △청년·주거 △가정친화 △노인복지 △축소사회 대응 △경제활동인구 확충 등 6개 분야별 전문가 작업반 구성을 제시했다. 또한 반복 사업은 간소화된 심의를 적용하고, 신규·전략 사업은 전문가 검토를 강화하는 차등 심의 방식을 제안했다.
아울러 심의 결과가 실제 예산 편성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예외 사유를 제한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인구정책은 여러 부처가 참여하고 예산 규모도 커 사업 구조를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상시적으로 자료를 축적하고 분석할 수 있는 전담 지원기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