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참여위원회 위원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놓고 본격적인 숙의에 들어갔다. 국교위는 이번 논의 결과 등을 토대로 오는 10월께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과 함께 대입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새 대입제도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시기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30일 국교위에 따르면 전날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경기도 화성 YBM연수원에서 국민참여위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숙의토론회에서는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비롯한 미래 대입제도 개편 방향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참여위원들은 9명씩 소그룹으로 나뉘어 서·논술형 평가와 미래 대입제도에 대해 토론한 뒤 그룹별 의견을 발표했다.
참여위원들은 현행 대입제도가 학생의 사고력과 역량을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한 참여위원은 “지금 아이들이 치르는 시험은 학원에서 얼마나 훈련을 잘 받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지, 정작 정말 필요한 사고력을 측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여위원도 “개편되는 대입제도에서는 지식보다는 사고력과 학생 개인의 역량을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과 지방 간 교육 격차와 대학 서열화 등 현행 대입제도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다만 서·논술형 평가 도입이 실제로 사교육과 입시 부담을 줄일 수 있을지를 놓고는 신중론이 제기됐다. 한 참여위원은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한다고 대입제도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할 수 있는가가 문제”라며 제도 개편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다른 참여위원은 “재수해서 더 좋은 대학에 가면 인생이 성공한다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며 “지금의 사회 풍토가 과연 객관식 수능에서 기인한 것인지, 경쟁을 조장하는 사회 구조 때문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교위는 이번 숙의토론회를 비롯해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대입제도의 방향’을 주제로 이달 11일 인천, 20일 전남·광주, 26일 대구에서 현장토론회를 열었고, 14일부터는 국가교육위원회 국민의견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의견도 받고 있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공론화 과정이 사실상 내부적으로 마련한 대입 개편안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논술형 수능 도입 등이 주요 개편 방향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공론화 이전에 정책 방향이 상당 부분 정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이에 대해 “현재 논의되는 내용은 확정된 정책이 아니라 대입제도 개편 방향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이번 숙의토론회는 특정 방안을 정당화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우리 대입제도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며, 서·논술형 평가를 포함한 여러 대안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열린 상태에서 검토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