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강원 동해안을 찾은 관광객은 줄지 않았지만,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160만명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과 너울성 파도 등 기상 악재가 겹친 데다 호텔·계곡·워터파크·카페 등으로 휴가 수요가 분산되면서 ‘여름휴가=해수욕’이라는 공식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동해안 85개 해수욕장의 누적 피서객은 696만587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57만7359명보다 161만1482명(18.8%) 줄었다.
지역별로는 고성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211만7065명이었던 고성 해수욕장 피서객은 올해 81만8444명으로 129만8621명 줄었다. 감소율은 61.3%에 달했다. 동해(-22.9%), 속초(-14.2%), 강릉(-8.2%), 삼척(-2.4%)도 모두 감소했다.
반면 양양은 달랐다. 지난해 83만752명이었던 해수욕장 피서객이 올해 110만9740명으로 27만8988명 늘었다. 증가율은 33.6%로, 6개 시·군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했다.
해수욕장 피서객이 급감했지만 강원 동해안 관광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7월 동해안 6개 시·군을 찾은 외지인은 1161만5727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1156만1095명보다 5만4632명(0.5%) 늘었다.
특히 해수욕객이 61.3% 급감한 고성에서도 외지인 방문자는 증가했다. 지난해 7월 141만3132명이었던 고성 외지인 방문자는 올해 149만3751명으로 5.7% 늘었다.
동해안을 찾는 사람 자체는 줄지 않았는데 해수욕장으로 향한 피서객만 크게 감소한 셈이다. 바다를 찾더라도 반드시 해수욕을 즐기는 방식으로 휴가를 보내지는 않는 흐름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폭염·너울성 파도에 바다 대신 다른 곳으로
올해 해수욕장 피서객 감소에는 폭염과 너울성 파도 등 기상·해상 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피서객이 몰리는 8월 첫째∼둘째 주 사이에는 너울성 파도가 이어지면서 일부 해수욕장에서 입수가 통제되기도 했다.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진 가운데 바다에 들어가기 어려운 날까지 겹치면서 해수욕장 방문 수요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관광 인프라 차이도 피서객 증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양양은 낙산을 중심으로 대형 숙박시설이 들어선 데다 서핑과 카페 등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갖추면서 해수욕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은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고성은 상대적으로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고 대형 숙박시설 등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것으로 지적된다. 실제 고성은 해수욕장 피서객이 60% 넘게 감소했지만 전체 외지인 방문자는 오히려 5.7% 증가했다.
바다 대신 호텔·계곡·카페…달라진 여름휴가
올여름 해수욕장 피서객 감소를 날씨 탓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휴가를 보내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영철 상지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일정한 시기에 2박3일이나 3박4일씩 휴가를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당일 여행이나 1박2일처럼 휴가를 짧게 나눠 쓰는 경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무더운 날씨에는 굳이 바닷가까지 이동하기보다 가까운 호텔이나 쇼핑몰을 찾고, 산악지역이나 계곡을 선택하는 등 휴가 방식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워터파크와 수영장처럼 생활권 가까이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늘어난 것도 해수욕장의 선택지를 좁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양양의 증가세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양양은 최근 낙산을 중심으로 대형 숙박시설이 들어선 데다 서핑과 카페 등 해수욕 외 관광 콘텐츠가 함께 자리 잡으면서 관광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반면 고성은 상대적으로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고 대형 숙박시설 등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홍길 협의회장은 고성의 관광객 유치를 위해 교통망 확충과 관광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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