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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감형하는 ‘처벌불원’…양형기준 도마에

27.08.2026

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 등이 감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친고죄가 폐지된 지 15년 가까이 지났지만 합의·공탁은 물론 초범 여부나 개인적 사정까지 형량을 낮추는 데 활용되고 있어 양형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평등가족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젠더폭력 양형기준 포럼’을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민경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성범죄 선고 과정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나 합의 여부가 감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성범죄 친고죄 규정이 삭제된 지 15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처벌불원이 특별양형인자로 고려되고 있다”며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가 항소심에서 합의·처벌불원을 이유로 집행유예로 바뀌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합의금을 법원에 맡기는 형사공탁 역시 일부 피해자에 대해서만 이뤄지거나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한 경우에도 사실상 감형 요소로 작용한다고 비판했다.

입대 예정이거나 장기간의 공무원 경력 등 피고인의 ‘개인적 사정’을 참작하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155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을 했지만 초범이라는 이유로 감경된 사례도 있었다. 경제적 이득을 취할 목적이 없거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를 촬영하지 않았다는 점도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됐다.

이에 한 교수는 성범죄와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에서 처벌불원을 삭제하고, 범행과 무관한 피고인의 사유가 감경 요소로 활용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양형기준에 대한 법원 내 교육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처벌불원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실제 피해 회복뿐 아니라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까지 감경 사유로 고려되면서 피해자보다 피고인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 양형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불법촬영처럼 피해자가 다수인 사건에서 일부의 처벌불원 의사를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반영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경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처벌불원으로 합의를 유도하는 구조가 피해자에게 “돈을 받을 것이냐, 엄벌을 요구할 것이냐”는 선택을 강요한다고 짚었다. 형벌에 대한 심리적 부담까지 피해자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처벌불원을 양형에서 비중 있게 고려하기보다 배상명령제도 개선 등 별도의 피해 회복 방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혜경 계명대 교수는 “처벌불원이 특별양형인자인 이유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개인적 법익과 관련돼 피해자의 사후 의사를 존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또 ‘형사처벌 전력 없음’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는 사례 등에 대해서는 양형기준 자체가 아닌 적용 과정에서의 문제라고 봤다.

박수진 법무법인 혜석 변호사 역시 처벌불원이 과도하게 감형에 작용한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삭제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박 변호사는 “처벌불원이 금전 배상뿐 아니라 사과문이나 추가 피해 방지 약속 등을 요구할 수 있는 협상력을 갖게 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형기준 전반을 젠더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스토킹·성폭력 등 젠더폭력 범죄마다 제각각인 동종 전과의 범위를 정비하고 성범죄 양형기준에 남아 있는 ‘가학적·변태적 행위’나 ‘윤간’ 등의 표현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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