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보급 전망’의 내용을 살펴본 산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전기화 시대에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려 관련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기대감이 컸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을 너무 빠르게 높이다 전기요금이 뛰면 국가 산업 경쟁력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왔다.
이는 불과 10여 년 전 제조업 최강국 중 하나였던 독일에서 벌어진 일이다. 2010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 보급을 늘린다는 기조 아래 탈탄소 정책에 착수했다. 이듬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탈원전이 더해졌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2010년 53.9GW(기가와트)에서 지난해 말 200.1GW로 15년 만에 3.7배 확대됐다. 2016년부터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비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규모를 넘어서기도 했다.
문제는 이 기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최정상권이던 독일 제조업 경쟁력이 빠르게 무너졌다는 점이다. 2000년대 이후 연 1%를 웃돌던 독일의 잠재성장률은 최근 0.4% 수준으로 추락했다.
정부가 내놓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과거 독일 정책보다 더 파격적이다.
이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선두 주자 독일이 과거 15년간 펼쳤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발전소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기후부의 2040년 재생에너지 보급 전망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는 지난해 말 37GW에서 시작해 2030년 100GW를 찍은 뒤 2035년 163GW, 2040년 220GW로 늘어날 예정이다. 독일이 53.9GW에서 시작해 200GW에 도달하는 과정에도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우리는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시작해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이야기다.
당장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사수하느라 산업계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2030년대 이후 대폭 확대될 예정인 해상풍력발전소의 경우 발전단가가 판매 단가보다 비싼 상황이다. 전체 발전량에서 태양광 비중이 커질수록 간헐성에 대응하기 위한 대응 전원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해 발전원 분배 비효율성 또한 커진다. 태양광발전이 없는 일출·몰 전후에는 비싼 LNG발전소를 가동하고 정작 낮에는 태양광발전이 넘치는 까닭에 원전과 같은 기저 전원도 출력제어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모든 것이 전기요금 인상을 자극하는 요인들이다.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발전소 규모를 121.9GW로 키우겠다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국가 송전망 건설 비용만 해도 72조 8000억 원에 달한다. 2년 만에 보급 규모가 1.8배 확대됐으므로 이에 필요한 송배전망 및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구축 비용 역시 덩달아 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독일도 태양광발전 확대에 대응해 2015년까지만 해도 전무했던 BESS 설비를 지난해 말 16.3GW까지 확충했다.
정부 계획대로 발전설비가 구축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기후부는 2040년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제시하며 인공위성으로 분석한 2040년 국내 태양광 잠재량이 271GW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상당수 공장 지붕이나 저수지 등에 태양광 패널을 까는 것을 전제로 한 분석이다.
한편 이렇게 정부가 대대적으로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에 나서도 12차 전기본에 LNG발전소나 원전 신설 계획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기후부가 공개한 2040년 최대 전력수요 165GW에 예비율(22%)을 고려하면 정부는 2040년까지 실효 용량 기준 총 201.3GW의 발전설비를 준비해야 한다. 이는 11차 전기본에서 마련한 계획(2038년 158GW)보다 43.3GW 높은 수준이다.
2040년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이 11차 전기본(121.9GW)보다 98.1GW 늘어난다지만 여기서 추가되는 실효 용량은 37GW에 불과하다. 태양광과 풍력의 전력효율을 각각 20%, 30%로 가정한 결과다. 결국 6.3GW 이상의 전력수요는 재생에너지 외 다른 수단으로 구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1.4GW 원전 기준으로 4.5기분에 해당하는 양이다. 정부는 석탄발전소를 2040년까지 퇴출할 방침이므로 결국 대형 원전이나 소형모듈원자로(SMR) 혹은 LNG발전소로 해당 수요를 채울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