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거인겔하임의 기술이전 원칙상 계열 내 최초신약(First-in-Class)을 중심으로 잠재적 파트너를 찾고 있습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보유한 파이프라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내 기업에는 본사 벤처펀드와 함께 직접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정현(사진)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업개발 및 라이선싱(BD&L) 전무는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조기에 기술이전하는 국내 기업의 전략이 베링거인겔하임의 기술이전 원칙과 잘 맞아떨어진다”며 이같이 밝혔다. 글로벌 제약사 중 한국 법인에 사업개발과 라이선싱을 담당하는 별도 부서를 설립한 것은 베링거인겔하임이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사례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BD&L 조직은 국내에서 유망 기술을 발굴하고 이를 본사에 소개해 다양한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베링거인겔하임이 기술이전 대상으로 선호하는 신약은 ‘전임상 단계의, 계열 내 최초신약 후보물질’이다. 이러한 요구 사항은 국내 신약 개발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자금이 부족한 국내 바이오 기업의 특성상 개발 중인 신약 물질을 임상 진입 전에 조기 기술이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정된 내수 규모 탓에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 전무는 “베링거인겔하임은 2015년 한미약품과을 시작으로 국내 기업과 가장 많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만큼 한국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국내 기업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 생존을 모색한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본사의 벤처펀드와 함께 국내 바이오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올 10월에는 샤샹크 데쉬판데 베링거인겔하임 경영이사회 의장의 방한도 예정돼 있다. 한 전무는 “본사의 아시아 지역 담당자가 최근 국가신약개발재단(KDDF) 행사에서 일부 국내 기업들과 만나고 돌아갔는데, 한국의 기술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많은 수익을 내기보다는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 중인 물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베링거인겔하임벤처펀드(BIVF)와 연합해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베링거인겔하임은 국내에서 어떤 신약을 찾고 있을까. 한 전무는 항암 분야에서 T세포 인게이저(TCE), 항체약물접합체(ADC) 중 새로운(노블) 페이로드를 1순위로 꼽았다. 한 전무는 “항암, 폐질환, 중추신경계(CNS) 질환, 대사질환, 안과질환 등 본사의 5개 BD 분야에서 모두 노블 타깃, 노블 메커니즘 신약을 중점적으로 찾는다”며 “자가면역질환에서는 인비보(in vivo)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과 이에 따른 전달체 기술이 중요한 협력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추신경계 질환에서는 파킨슨병과 신경염증 개선 기술 등을 전반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전무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는 데이터 패키지를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초신약으로서의 차별성을 데이터로 증명하는 동시에, 성공적인 임상 진행을 고려해 인간에 투여할 용량(human dose)을 전임상부터 논리적으로 계산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갤럭스의 경우 발표한 연구 논문을 본사에서 먼저 발견해 공동 연구 계약으로 이어진 만큼 논문 게재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효과적인 의사소통도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 전무는 “데이터 패키지를 얼마나 투명하게 구성하는지가 파트너사로서 신뢰 구축의 출발점”이라며 “에임드바이오의 경우 베링거인겔하임과 합이 잘 맞기도 했지만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기업 실사와 자료 요청 과정에서 정확하고 신속하게 대응한 점이 신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 전무는 정부가 ‘임상 3상 펀드’를 조성하는 등 후기 임상을 지원하는 정책과 관련해 더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는 1700억 원 규모의 임상 3상 특화 펀드로 후기 임상 기업 약 10곳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한국투자파트너스를 주관 운용사로 선정했다. 한 전무는 “국내 기업이 자체 후기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력을 갖추고 글로벌 제약사들과 함께 신약 후기 개발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문인력 보충 등 세세한 계획이 병행돼야 하고, 한국의 신약 개발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초기 단계에 대한 투자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