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의 이번 후보 물질은 비만 치료제 시장의 주류인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기반 물질이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 GLP-1 계열 치료제가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지만 제지방량 감소와 위장관계 부작용 등 한계도 나타나면서 이를 보완할 새로운 기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사 투여에 따른 불편 등도 이어지며 전문가들은 향후 비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단순 감량 효능을 넘어 부작용 최소화와 환자 접근성이 함께 좌우할 것으로 보고있다.
◇GLP-1 단일 작용서 다중 작용 치료제로= 24일 의 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34년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978억 달러(약 13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만 치료제 개발 방향도 GLP-1 단일 작용제 중심에서 이중·삼중, 아밀린 등 신기전, 경구와 장기 지속형 제형 등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GLP-1 수용체만 단독으로 작용하는 단일 작용 치료제로 2021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며 열렸다. 이후 일라이릴리가 GLP-1과 GIP를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 작용제 ‘마운자로’를 통해 위고비보다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하면서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은 여러 대사 경로를 동시에 조절하는 다중 작용제로 확대됐다.
현재는 GLP-1과 GIP에 글루카곤까지 더한 삼중 작용제가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글루카곤은 에너지 소비와 대사량을 높이는 작용이 있어 GLP-1·GIP 계열 치료제의 체중 감량 효과를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글루카곤을 더한 삼중 작용제를 각각 개발 중이다.
국내 기업들은 삼중 작용제 이후를 겨냥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4중 작용제인 ‘CT-G32’를 개발해 올해 11월 비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대원제약도 가스트린을 더한 4중 작용제 ‘DW4321’의 전임상 결과를 올해 6월 미국당뇨병학회에서 발표했다.
◇GLP-1 아닌 새로운 방식에 ‘눈길’= 다중 작용제가 기존 GLP-1 계열의 효능을 확장하는 방향이라면 아예 다른 생물학적 경로를 활용하는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미약품이 제넨텍에 기술수출한 ‘HM17321’은 GLP-1이 아닌 유로코르틴2(UCN2)를 타깃하는 약물이다. GLP-1 계열이 식욕 억제와 혈당 조절을 통해 체중을 줄이는 것과 달리 UCN2의 생리적 기능을 활용해 에너지 대사와 식욕, 심혈관계 등에 영향을 주고 지방 감소와 근육 증가를 동시에 노리는 방식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 GLP-1 계열은 유의미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지만 치료 과정에서 제지방량 감소가 동반된다는 한계가 있다”며 “ HM17321은 단독으로도 유의미한 체중 감소와 근육 증가 효과가 있는 데 더해 GLP-1 계열과 병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빅파마들도 새로운 기전의 비만약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일라이릴리의 경우 아밀린을 모방한 ‘엘로랄린타이드’의 임상과 비당뇨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근육 보존제 ‘ 비마그루맙( 액티빈 II형 수용체) ’ 임상을 진행 중이다. 노보노디스크 또한 기존 위고비에 아밀린 계열의 ‘카그릴린티드’를 합쳐 근육 보존을 노린 카그리세마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한양행이 연내 선도 물질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는 ‘ YH-Obesity-1’과 ‘YH-Obesity-2’ 등이 GLP-1과 차별화되는 기전의 비만 치료제로 알려졌다.
◇경구, 장기 지속 등 투약 편의성 한 축으로=비만 치료제가 GLP-1 계열에서 다양한 기전으로 확장되는 동시에 투약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각각 경구용 비만약인 ‘위고비 필’과 ‘파운다요’를 통해 경구 치료제의 시장 가능성을 확인한 가운데 복용 순응도 등을 고려해 투여 횟수를 줄인 월 1회 주사제에 대한 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제약은 주 1회 부착으로 통증 없이 약물을 전달하는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기술을 비만약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도 1일 1회 경구로 복용하는 GLP-1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 ‘ID110521156’의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투지바이오와 손잡고 위고비와 같은 물질의 투여 주기를 주 1회에서 월 1회로 늘리는 전임상 연구에 착수했다.
김효영 스파크바이오파마 연구원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에 기고한 ‘비만 및 대사 질환 치료제 개발의 최신 동향과 미래 전망’ 보고서를 통해 “향후 승자는 가장 큰 체중 감소율을 보이는 기업이 아닐 것”이라며 “장기 안전성, 체중 감량의 질, 투여 편의성, 제조 안정성, 보험 접근성을 균형 있게 확보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